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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동섭 풍기성내교회 원로장로가 지난 3일 경북 영주의 자택에서 월드비전의 감사패와 후원아동들 사진을 들고 있다



칠순을 맞아 필리핀 오지마을을 찾아 식량을 기부하고, 팔순엔 국내외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잔치를 열었다. 


70세부터 10년간 매달 18만원씩 월드비전(회장 양호승) 등 구호단체에 기부해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다. 


올해로 팔순인 황동섭(80) 풍기성내교회 원로장로 이야기다.


평생을 축산업에 종사한 황 장로는 3년 전 자녀에게 일을 넘기고 현재 동갑내기 아내와 노후를 보내고 있다. 


100세 시대, 노후를 대비해 지출을 줄일 법도 하지만 지난해 후원구좌를 늘리는 등 은퇴 이후 나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16일엔 팔순 잔치 축하금 중 100만원을 월드비전의 르완다 우무쵸 지역의 학교 설립 사업에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3일 경상북도 영주의 자택에서 만난 황 장로를 만났다.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긴 했지만 팔순 나이가 무색하게 혈색도 좋고 정정했다.


황 장로의 나눔 인생은 1996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양계업을 했던 그는 가축 질병과 화재로 사업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구호단체에 기부했다.


본격 나눔 활동을 시작한 건 2008년 출석교회에서 월드비전의 해외아동후원 사업을 접하고부터다. 


이때 해외아동 및 사업 후원을 신청했고 뒤이어 타 구호단체에도 후원을 시작했다. 


2013년과 지난해에는 해외 아동 후원을 한명씩 더 지원해 후원 규모를 늘렸다. 


이렇게 늘어난 후원금액은 현재 매달 18만원에 달한다.


평생 일군 사업을 넘겨준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는다지만 노년에 후원금을 늘리는 건 부담일터. 

그럼에도 황 장로의 대답은 간명했다.


“현장에서 굶주리는 아이들 때문에 그럴 수밖에요. 한국에도 도울 사람은 많지만 절대 기아는 벗어나지 않았습니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엔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아요. 그러니 우선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일에는 지극히 인색하다. 


“내 몸을 위해 호텔에서 큰 잔치를 하는 건 절대 없어야 하겠다는 게 평소 생각입니다. 팔순 잔치도 안하려 했는데 퍼뜩 이런 생각이 들어요. ‘자녀들이 주는 돈은 구호단체에 보내야겠다.’ 그러면 아프리카에서 요긴하게 쓰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자리를 마련했지요.”


지난달 시내 식당에서 열린 팔순 잔치에서 자녀에게 받은 금액은 800여만 원. 


이 금액 중 평생 고생한 아내에게 줄 돈과 십일조, 생일헌금을 뗀 나머지 500만원을 구호단체와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이 같은 나눔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칠순 때도 잔치를 고사하고 그 돈으로 부부가 필리핀 선교지인 오지마을을 방문해 식량을 전달했다. 


현재도 교회가 연 2회 이곳으로 단기선교를 나설 때마다 ‘쌀 구제 사업비’로 5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점차 후원을 늘리고 매달 십일조를 거르지 않는 그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시선은 어떨까. 


“반대는 없어요. 자녀들도 다들 잘했다고 하더군요. 그간 가족에게도 안 알리고 조용히 기부해 왔는데, 이제 손자들에게는 나눔 습관을 들이라고는 말합니다. 통장을 하나 만들어 나눔 용도로 써 보라고요.”


매일 새벽예배를 거르지 않는다는 팔순 장로의 기도제목은 나라와 민족, 교회를 위한 것이다. 


기도제목을 말하던 도중 단정한 선비 같던 그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내 자신의 축복을 위해 하는 기도는 거의 없습니다. 교회 내 어려운 이웃이나 조국통일, 한국교회를 위해서 매일 기도하지요. 


나는 늙어 육신적으로 별 희망은 없으나, 후세를 위해 앞으로 조국이 축복 받아 통일이 되고 하나님 마음에 드는 한국교회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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