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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주 목사가 지난달 27일 강원도 원주시 일산로 원주제일감리교회 교역자실에서 청년부원들이 선물한 앞치마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 목사 뒤로 청년들이 교역자실을 방문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걸려 있다.



고령화 시대 속 교회의 다음세대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20∼30대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기독교인이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젊은이들, 이른바 ‘청년 가나안’ 교인 현상으로 교회에 젊은 층이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기독교 인구는 105만여명(2015년 기준)으로 1985년(143만여명)보다 27% 급감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학생 의식 조사에서는 20대 가나안 성도 비율이 28.3%로 나타났다.


다음세대 목회가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청년부 출석 인원이 30명에서 250명으로 급성장한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강원도 소재 교회 얘기다. 


부임 5년 만에 청년부를 8배 이상 성장시킨 청년부 담당 권용주(41) 목사를 세밑인 지난달 말 강원도 원주시 일산로 원주제일감리교회(최헌영 목사)에서 만났다.


1905년 창립된 원주제일교회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교인 수 1000명이 넘는 중형교회로 꼽힌다. 

하지만 2012년까지만 해도 청년부 출석인원은 30명 수준에 그쳤다. 


청년부 교역자가 2∼3년 단위로 자주 바뀌었고, 외부에서 청년부로 유입되는 인원이 많지 않아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목사님은 얼마나 계실 겁니까?” 

2012년 5월, 갓 부임한 권 목사가 처음 받은 질문이었다. 


어떻게 사역을 진행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권 목사는 청년사역으로 유명한 교회들의 전도 프로그램이나 부흥 방법론을 가져오지 않았다. 

청년부 인원을 늘리는 데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우선 청년부원들과 대화하며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교역자실을 청년들에게 개방했다. 


자정까지 교역자실에 불을 켜놓고 청년들의 진로·연애·가족 문제를 상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2명 정도만 찾아오다가 편하고 재밌게 상담한다는 소문을 들은 청년부원들의 발걸음이 점차 늘었다. 


함께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 속에서 권 목사는 청년부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갔다. 


한번은 밤 10시에 귀가했는데, 상담하러 온 청년이 “어디에 계시냐”며 연락해 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말하고 황급히 교회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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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목사가 교역자실에서 한 청년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


권 목사는 과거 군복무 시절, 전우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솜씨를 발휘해 입대를 앞둔 청년부원들을 직접 삭발해주기도 했다. 


토요일 오전에는 청년부 소그룹 리더들과 함께 제자훈련을 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친밀한 관계를 쌓아갔다.


분위기가 달라지자 청년부원들은 친구에게 교회를 소개하거나 전도하는 데 힘쓰기 시작했다. 


권 목사는 “청년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 있게 친구들을 교회로 데리고 왔다”며 “그 뒤로는 점차 입소문이 나서 타지에서 온 대학생들이나 가나안 청년들이 교회로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중에도 몇몇 청년이 교역자실로 들어와 편하게 담소를 나누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권 목사 부임 1년 뒤, 청년부원은 50명 정도로 늘었다. 이후 2015년 100명 수준으로 불었고, 지난해까지 출석인원만 250명 정도로 성장했다.


권 목사는 “성공적인 청년부사역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청년부 교육목사 자리를 단순히 거쳐 가는 자리로 여긴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그는 “양적 성장만 강조하기보다 청년 각자가 교회가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인 모두가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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