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1.JPG

▲ 박종호 장로는 세균간염의 우려때문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박종호.JPG

▲지난 5월 간이식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서 찍은 모습. 



그가 돌아왔다. 


올해 사순절 기간 간암 투병 소식을 전했던 찬양사역자 박종호(54·동탄지구촌교회) 장로가 추수감사주일을 앞둔 18일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간 이식 수술 받은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주 검사 결과 간 기능과 수치가 모두 정상으로 나왔습니다.…노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살아있음에 흐느끼게 됩니다.” 


1987년 데뷔한 박 장로는 성가 음반을 200만장 이상 판매한 ‘가스펠계 스타’다. 

박 장로에게 바로 만남을 청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 사옥에 나타난 그는 핼쑥했다. 


회색 모자를 눌러쓰고 하늘색 마스크에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세균 감염 우려 때문에 눈만 내놓고 다닙니다.”


 얼굴은 야위었지만 표정은 밝았고, 몸은 건강해보였다. 


“106㎏까지 나가던 제가 73.5㎏ 나가요. 신기한 몸무게죠? 허리는 50인치에서 35인치로 줄어서 기성복을 사 입어요.” 싱글벙글했다. 


그는 올해 ‘죽음’을 각오했다. “지난 2월 갑자기 간 이상 진단을 받았어요. 

하루 빨리 간 이식을 받아야 했지요. 


하지만 이식을 받기도 어렵고, 받는다고 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지 않습니까? 


제 주변에 간암으로 숨진 친구가 여럿 있었어요.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다행히 막내 딸 지윤(27)씨가 기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아버지와 딸은 지난 5월 24일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박 장로는 16시간, 지윤씨는 12시간 동안 각각 수술을 받았다.


 “딸의 간 중 3분의 2가 제게 이식됐습니다. 지윤이에게 정말 미안했고 또 고마웠어요.”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의료진은 그에게 “극심한 통증이 있을 것”이라며 한 차례 진통제 주사를 줬다.


“진통제를 맞았을 때와 맞지 않을 때의 차이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통증이 거의 없었던 거죠. 저는 진통제를 쓰지 않았고 하루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어요. 

의료진들이 모두 놀랐죠.” 


기도의 힘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저

의 수술과 회복을 위해 기도해주셨어요. 

수술비 후원도 이뤄졌습니다. 기도 때문에 산다는 게 뭔지 알았습니다. 

저를 위해 중보하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는 “감사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수술하던 날, 저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16시간 만에 다시 살아났어요. 하나님이 저와 딸을 눈동자처럼 지켜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저는 그동안 하나님에 대한 감사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사명감으로 살았습니다. 이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 것입니다.” 


그렇게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박 장로는 요즘 매일 3∼4시간씩 걷고, 성경을 묵상한다. ‘무서워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신 1:29)’란 말씀은 그에게 체험으로 다가왔다.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시기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새롭게 서려고 한다. 


“사무엘을 비롯해 성경의 주요 인물들은 하나님 앞에 설 때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삼상 3:10)’라고 하더군요. 제가 주님의 음성에 얼마나 순종했는지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제부턴 하나님이 저를 이끄는 곳으로 가 사역하려고 합니다.”


그는 목소리가 회복된다면 어디든 가서 찬양을 부르겠다고 했다. 


“제가 하나님, 한국교회, 성도님, 가족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큽니다. 그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불러주세요.”



박종호12.JPG

▲ 찬양하는 박종호 장로.



실제 얼마 전부터 목소리를 내보고 있다. 제일 처음 부른 노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박 장로가 굵은 테너 톤으로 ‘하나님의 은혜’ 한 소절을 불렀다. 


“한량 없는 은혜∼.” 굵고 고운 그의 목소리도 거의 회복된 것처럼 들렸다.


“가족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한국교회 성도님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 것, 새 생명을 주신 것, 목소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 


20일 박 장로의 추수감사주일 감사제목은 무수했다. 


곧 박 장로의 목소리로 그의 명곡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