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대표적 순교자 주기철(1897∼1944, 사진) 목사의 국가·사회관을 살펴보는 강좌가 열렸다.
주 목사는 신사참배를 거부한 순교 신앙으로 유명하지만 이외의 사상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부족했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원장 권수영 교수)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원두우신학관에서 제1회 주기철 목사 기념 연세신학강좌를 개최하고 민족주의와 여성 인권, 국가와 교회의 관계 등에 대한 주 목사의 사상을 살폈다.
이상규 고신대 명예교수는 “주기철 목사는 일부 해석과 달리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그는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복음에 충실하는 것이 민족의 현실을 타개하는 길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 목사는 일본의 인종차별적 민족주의를 거부하는 동시에 조선에서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경계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자신들이 타 민족보다 인종·문화에서 우월하다는 ‘일본인론’을 폈다. 신도(神道)는 이 같은 일본민족주의의 핵심 근거였다.
신사참배 거부는 민족주의와는 별개로 우상 숭배를 금하는 십계명 1, 2계명에 순종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주기철은 민족운동 차원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의 의를 추구하는 신앙 투쟁이 결과적으로 민족독립과 해방에 기여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주 목사는 유교적 가부장제가 팽배한 시대에 여성 인권을 옹호한 인물이었다.
그는 1924년 잡지 ‘신생명’에 게재한 ‘기독교와 여성해방’이라는 글에서 “예수님은 남녀평등을 가르쳤고 기독교는 여성해방의 선구자”라고 썼다.
이 교수는 “주 목사는 부부관계를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로 규정하며 그리스도의 교훈을 따를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주 목사는 또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분명히 구분했다.
이는 1938년 8월 일본제국 경찰이 주 목사에게 설교를 금지하고 다시 설교하면 체포한다고 협박하자 “설교는 내가 할 일이고 체포는 당신이 할 일”이라고 말한 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주 목사는 국가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통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주 목사는 1916년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상학과에 입학했다가 중퇴했다.
연세대는 지난해 8월 주 목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 뒤로 관련 기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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