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김제시 금강교회 앞마당에 모인 세 목회자 내외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강교회 전금호 사모와 김창수 목사, 도장교회 이점숙 사모와 임성재 목사, 금산교회 김순애 사모와 이인수 목사.
지난 15일 찾은 전북 김제시 부량면 옥정리엔 막 모내기를 마친 6월의 농촌풍경이 펼쳐졌다.
김제와 정읍시, 부안 및 완주군까지 이어지는 김제평야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다.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논길을 20여분 달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듯한 1차선 도로에 접어들자 멀찌감치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교회가 보였다.
정오를 맞은 김제평야의 고요는 교회 뒤편 식당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수다로 깨졌다.
“박대구이에 꽃게탕까진 좋은디 손님 상차림에 웬 계란말이여∼”
“형님 참말로 거시기한 소리 허요. 지금 계란 하나가 월맨디(얼마인데). 하도 비싸서 계란말이가 아니라 금말이여∼(웃음)”
남자 셋에 여자 셋.
밥상머리에서 깔깔거리며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로 서로를 타박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가족 같았다.
통성명을 하고서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목회자 내외가 모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푸짐하게 차린 두 개의 교자상엔 금산교회 이인수(69) 목사와 김순애(66) 사모, 도장교회 임성재(64) 목사와 이점숙(61) 사모, 금강교회 김창수(62) 목사와 전금호(58) 사모가 남녀로 나눠 앉았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죠.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주일예배 때 빼곤 하루도 빠짐없이 만납니다.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목양과 성도들에 대한 고민, 식구들 얘기 등을 나누다 보면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갈 수가 없어요.”(임 목사)
김제 지역에서 같은 노회에 소속된 목회자로 알고만 지내던 세 목회자가 호형호제하며 부쩍 가까워진 지는 햇수로 4년째.
전국농어촌목사합창단(지휘 최철) 단원으로 활동하던 김 목사가 임 목사와 이 목사에게 합창을 함께하자고 권유하면서부터다.
2개월에 한 차례 연습장소인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를 오가며 싹튼 정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계로 이어졌다.
차량으로 약 15분 떨어진 거리에서 사역하고 있는 세 사람은 지역 내에서 ‘목사 삼형제’로 통한다.
김 목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님 두 분도 모두 젊었을 때 하늘의 부름을 받아서 남모를 외로움이 컸다”며 “하나님께서 외로움을 달래주려고 두 목사님을 형님으로 보내주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 달 전 부산에서 열린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 함께 참석했을 땐 갑자기 망막 혈관이 터진 임 목사를 위해 이 목사가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도회 이틀째 되는 날 새벽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앞이 안보이더라고요. 경황없던 저를 붙들고 응급실에 데려가 준 것도, 김제로 돌아와 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며칠을 손발이 돼 준 것도 이 목사님이었지요. 그때 정말 욕보셨어요, 목사님(웃음).”(임 목사)
세 목회자의 사역기간을 합하면 120년이 훌쩍 넘는다.
“차 한 잔을 핑계로 만나더라도 교제를 통해 서로의 목회를 다듬어 나가고 ‘목회 9단’인 선배들로부터 한 수를 배울 수 있다”는 김 목사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김제노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내 최고(最古)의 ‘ㄱ자형 교회’인 금산교회는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이자 전북문화재자료로 유명해 교회의 역사성과 신앙의 전승에 대해 배울 수 있고, 노회와 총회 일들을 두루 섭렵한 임 목사님으로부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농촌인구의 급감, 고령화, 농업기계화로 인한 공동체성 약화 등 농촌목회 현장에 대한 우려들이 이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세 목회자의 모임엔 사모 3명도 함께한다.
맏언니인 김 사모는 “사모들은 성도들과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가정사나 속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모임을 갖기 힘들다”며 “그래서 이 모임이 고맙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 사모도 “사모로서가 아니라 1남 1녀를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고민도 적지 않은데 서로 어려움을 나누다보면 큰 위로를 받는다”며 두 사모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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