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하나님 얘기 하는 배우 신현준

 

신현준-01.jpg

 

뭐 웬만한 사건은 합의 보게 하면 되지. 동네 아줌마 남편 뒷조사라면 모를까. 여보쇼. 내가 형사 짬밥이 얼만데. 잠복은 무슨 잠복. 마을잔치에 가서 막걸리나 마시고 오지. 말하자면 이런 캐릭터다.
시시껄렁한 15년차 형사 역할로 오늘 개봉하는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에서 연기 변신에 나선 배우 신현준(43)씨를 5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일 스케줄에 치인 탓인지, 피곤해보였다.

고백
자리에 앉자마자 신씨가 물었다. “음 ‘이웃’, 이게 뭐죠?”
간단히 설명했다. 신씨의 반응. “아아, 정말 좋네요. 바로 그거예요. 서점에 가보면 기독교 책을 고르는 사람은 크리스천이잖아요. 안 믿는 사람들이 책을 봐야 하는데 믿는 사람만 본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만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가게 할까. 그래서 제가 기독교 책을 냈었거든요.”
영화 얘길 해야 하는데 2008년에 낸 자신의 책부터 화제로 잡는다.
“제목을 ‘고백’이라고 하자. 신현준이 뭘 고백했을까. 말하자면 ‘낚시(호객)’잖아요. 신현준의 ‘고백’이라고 해서 책을 냈죠. 출판사 이름인 두란노는 뺐어요. 두란노를 넣으면 기독교 책인 줄 알 테니까요.”
글쎄. 그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성경 공부하고 교회 안에서 자랐다고 해도 되죠. 항상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기도하고 학교에서도, 현장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기도하고. 복음성가 내내 틀어놓고. 사람들이 괴리감 느낀다 해요. 이미지랑 안 맞는다고.”

우리 이웃의 범죄
맞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져 있다 해도 만나보기 전까진 모르는 일. 아무리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방방 뜨고 망가져도 여전히 한때 소녀였던 누군가의 기억 속엔 나이 속여 가며 우르르 몰려가 봤던 영화 ‘장군의 아들’의 하야시만 있을 뿐이니까. 그런데 막상 만나 보니 영락없는 교회 오빠다. 그것도 아주 착한. 그 착한 오빠가 범죄물 영화의 주인공, 껄렁한 형사로 출연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며 들떠 있다. 영화는 2004년 9월 지리산 뱀사골에서 질식사 직후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소년의 사체가 발견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성경적인 메시지에 사실 끌린 거죠.”
안 그래도 영화 정보에 ‘요한복음 8장 7절, 너희들 중 죄 없는 자가 돌로 먼저 치라’고 나와 있어 민병진 감독에게 전화했었다. “기독교와는 관계없는데 홍보사에서 그렇게 했더라고요”가 돌아온 답변이었지만, 신씨는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제가 맡은 조창식 경장이라는 역할의 모델이 있어요. 실제 비슷한 캐릭터의 형사와 한 달 반 같이 생활하며 잠복도 해보고. 이런 질문을 해봤죠. 이 사람이 아직도 경장이지만 오래도록 형사를 한단 말예요. 저도 배우를 하고 있잖아요. 뭔가 있는 거죠. 쓰임 받고 있다고 하잖아요. 부인이랑은 이혼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불량배고 그래도 형사를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의 자기 몫을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는 건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했다. ‘왜 그 아이는 살해돼야 했는가’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감독님 전도하기
형사 역할도, 저예산 영화도 이번이 처음이다.
“개런티가 완전 작죠. 차승재(전 싸이더스 FNH 대표)형이 ‘현준아, 너 정도 되면 저예산 영화 찍어줘야 해. 영화 했는데 잘돼봐 다른 사람들도 투자할 거 아냐. 장르도 많아지고.’ 계속 그랬어요. 형이 저한테 저예산 영화 시나리오를 보여주는데 꽂혀야 말이죠. 근데 꽂힌 거죠.”
신씨처럼 이번 영화에 매료된 배우는 많았다. “시나리오가 좋고 연출이 좋으면 이렇게 가는 거구나. 그걸 알았죠.” 10여억원짜리 저예산 영화는 캐스팅부터 술술 풀렸고, 개봉을 앞둔 지금 상영관까지 많이 확보돼 내심 기대하는 중이다.
그가 바라는 건 단순 흥행만은 아니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지나 어느 정도 흥행하면 감독님이 종교를 바꾸겠다 그랬어요. 약속이니까 지키실 거예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강화도에서 무형문화재 무속인을 불러 굿판이 벌어졌더랬다. 당시 신씨는 여주인공 왕희지씨와 참석 여부를 놓고 갈등했었다. 둘 다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데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참여했다가 무속인이 자신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비켜 지나가더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저도 영화를 통해 바라는 게 있었겠죠. 근데 한 순간에 없어졌어요. 감독님 이 한 분만 하나님을 믿어도 이 영화 찍어서 얻을 건 얻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양반이 정말 그렇게 얘길 해도 안 믿던 사람이거든요.”
무슨 얘길 해도 신앙 얘기로 빠지는 신씨는 여의도침례교회 집사고 선교위원이다.

카리스마는 어디로
하야시 같은 역할 다시 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전혀 없다”는 강한 부정.
“아직도 10개 시나리오 들어오면 8개는 그런 역할이에요. 저는 나머지 2개를 택하죠. 카리스마 연기가 훨씬 편해요. 이쪽이 연기하기 힘들죠. 그러니까 저한텐 재밌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답다. 그는 40대에 맞는 연기가 따로 있다고 했다.
“위트와 유머는 스무 살의 배우가 줄 수 없어요. 서른 살의 배우도 줄 수 없어요. 이게 제 몫이라 생각하는 거죠. 편한 웃음. 거기에 시니컬함까지.”
박영규, 정보석씨가 망가졌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을까.

제작자 신현준
그는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흥신소 기봉씨’. 가제다.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영화제작사 아이에이치준(I.H.Joon)의 창립작이자 영화제작자 신현준의 첫 작품이다.
“전 오래 전부터 제작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배우니까 기다렸죠. 서른두 살에 영화사 만들어 준비했거든요. 이제는 제작을 해도 사람들이 뭐라 그러지 않겠지. 우리 나이로 마흔 넷이니까요. 이제야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거예요.”
오는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흥신소 기봉씨’. ‘맨발의 기봉이’ 팀이 다시 뭉친다고 한다.
“기봉이 때 제일 힘들었던 건 편집된 게 많아서였어요. 기봉이랑 엄마랑 같이 앉아 기도한 거, ‘모든 인간의 일생은 하나님이 만든 동화’라는 안데르센의 말로 영화가 시작됐던 거 그 정도만 겨우 지킨 거예요. 그래도 말이 많았죠. 저희도 국민일보 ‘이웃’처럼 하나님의 신앙을 담고 가고 싶어요. 시나리오 속에도. 저희도 그런 영화사예요.”

경남 통영으로 간증 갑니다
MC, 미션스쿨 인덕대학 교수, 제작자로까지 영역을 넓힌 신씨. 그래도 일 순위는 배우다.
“저한테는 그냥 배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하나님이 캐스팅한 배우가 될 것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어린시절부터 놀이터에서 놀진 않고 또래 애들 전도하기 바빴다는 신씨.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해 아버지가 바란 대로 스포츠 사업가가 될 수 있었겠지만 기도하던 대로 배우가 됐고, 유명인이 된 지금은 틈만 나면 하나님 얘기 하고 다닌다.
“이쪽이 치열하다면 굉장히 치열한 곳인데 그 속에서 저는 하나님의 버팀목이 되어 어떤 임무를 맡고 있는 것 같아요. 책도 쓰고 전도도 하고, 어디 가서 간증도 많이 하게 되고.”
그의 연구실은 신앙서적이 가득해 학생들이 신학과 교수 연구실인 줄 알고 놀란다. 정준호 탁재훈 등 연예인 단짝 친구는 물론이고 일본 팬들마저 크리스천으로 만들어버린 사건(?) 등을 유쾌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는 주일엔 경남 통영의 작은 교회로 간증하러 간다며 뿌듯해했다.
생각난 김에 물었다.
“그런데 별명이 왜 ‘반석이’예요?”
“그런게 있어요? 지워야겠네.”
“왜요 크리스천 별명답네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제가 맥반석, 찜질방을 너무 좋아해서 생긴 별명···.”
한바탕 웃었다. 카리스마여 안녕.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