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보내는 아들의 마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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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옥한흠’ 출간한 옥성호 집사

 

20세기의 대표적인 기독지성 프랜시스 쉐퍼 박사가 림프암으로 소천하기 1년 전, 그의 아들 프랭키가 병실을 찾아왔다.
이틀 동안 아버지와 아들은 단 둘이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가족들이 매년 들렀던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풍경을 기억해 그렸고, 이후엔 인간 쉐퍼 박사의 고뇌와 삶을 생생하게 담은 ‘Crazy for God’을 출간했다.
2010년 7월 초, 서울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지 옥한흠 목사를 찾아온 성호씨는 프랭키를 떠올렸다.
아버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인간 옥한흠’을 이해하는 것이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군 제자훈련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생활을 당분간 접고 지난 달 귀국한 옥성호(44)씨가 ‘아버지, 옥한흠’(국제제자훈련원)을 최근 썼다.
“천국에 가신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생전에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것이 제게 하나의 한으로 남아 있어요. 책을 쓰는 과정이 제게는 아버지에 대해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고백이자, 아버지께 한번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감사의 고백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만의 뜨거운 언어로 ‘사랑한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어른이 된 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생전에 옥 목사는 공부에 관심을 갖지 않는 아들을 붙잡고 “성호야, 이 아빠한테 사랑의교회가 더 중요한 거 같니 아니면 네가 더 중요한 거 같니?” 물었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조그만 목소리로 “교회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아버지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아버지는 작지만 단호하게 “성호야. 아빠는 너를 위해서라면 사랑의교회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춘기 시절 아버지와 늘 긴장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런 관계는 옥씨의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가 나오면서 동반자 관계로 바뀌었다.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를 읽고 난 후 옥 목사는 한때 지나치게 비판적인 것 같던 아들이 무조건 틀리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를 내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왜 그렇게 세상을 삐딱하게 보냐며 반대하셨어요. 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사람으로 각인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하셨지요. 아버지 몰래 책을 펴냈어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아버지는 마냥 기뻐하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는 서재의 책들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선물한 책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줄을 치면서 꼼꼼하게 읽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읽으라고 한 책들을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빨간 색연필이 그어진 책들 앞에서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에게 갖는 애정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눈물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지난 해 항암치료를 받으시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물을 내비쳤다. “성호야, 내가 왜 이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난 재미없게 살았다. 나처럼 재미없게 산 사람이 또 있을까?” 그는 “아빠, 만약 테레사 수녀에게 매일 파티를 열어준다고 좋아했겠어요? 마찬가지예요. 아빠도 평생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시면서 사셨어요”라고 위로했다. 아버지는 “그렇지? 정말 그런 거지?”라며 눈물을 삼켰다. 아버지의 눈물은 그를 아버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그는 아버지를 목회자로서 많은 장점들을 타고 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사람들과의 어울림보다 고독의 시간을 더 즐기는 스타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칭송받는 것에 대해서 경계하셨어요. 아버지의 이런 타고난 성품은 유익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버지가 목회자로서 일종의 완전함을 추구하는 데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었다고 본다. 아버지는 언젠가 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난 요셉이 이해되지 않아. 왜 하나님이 주신 꿈을 혼자 간직하면 되지 굳이 형들한테 가 그렇게 떠들어댔을까?”
한편 ‘아버지, 옥한흠’은 아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판적인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하는 아버지, 뒤늦게 아들의 자질을 발견하고 목회를 권하는 순박한 아버지 등이 진솔하게 그려졌다.
평소 옥 목사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의 표지 그림과 글씨는 옥 목사의 장손녀이자 옥씨의 딸인 은혜(20)씨가 그렸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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