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선교에 한평생 바친 이갑순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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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년간 문서선교에 헌신한 공로로 경동교회 이갑순 권사(오른쪽)가 22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새가정사 55회 정기총회에서 감사패를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늘나라 가서 받아야 되는데 여기서 먼저 상을 받습니다.”
분홍색 두루마기 위에 살구색 얇은 목도리를 두른 이갑순(88·여·경동교회) 권사가 볼을 붉히며 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53년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문서선교를 해온 공로를 감사패 하나로 인정받는 자리였지만 그는 자꾸 손사래를 쳤다.
기독교 가정잡지 ‘새가정’을 발행하는 ‘새가정사’의 55회 정기총회가 열린 22일 오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1시간30분여에 걸친 회무처리가 거의 끝날 무렵 이 권사가 호명됐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중요한 페이지는 모서리를 접어가며 경청하던 이 권사는 계면쩍게 웃으며 앞으로 나갔다.
1957년부터 새가정 홍보와 판매를 도왔고, 1980년대부터 30여년간은 재정위원으로서 매달 27일 전후의 회의에 참석하며 재정업무를 도운 공로로 감사패가 수여됐다.
송정숙 총무는 “이 권사님은 잡지가 한 권에 90원 하던 초창기에 아기를 등에 업은 채로 양손에 잡지 보따리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전달하곤 하셨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우편 배송이 안 됐기 때문에 사무실로 직접 와서 잡지를 가져가 독자 집까지 배달하고, 또 대금을 받아 사무실로 가져다주는 일을 회원 및 후원교회 여자 성도들이 했던 것이다.
이 일을 하게 된 데 대해 이 권사는 “손윗동서인 김명주(93) 사모가 권해서”라고 말했다.
이 권사가 고 강원용(1917∼2006) 목사의 제수라는 뜻이다.
새가정사에 따르면 김 사모도 창간 초창기부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사모가 주요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새가정사와 경동교회를 잇는 역할을 했다면 이 권사는 교회 성도들에게 잡지를 직접 알리고 전달하는 자잘한 일들을 담당했던 것이다.
이 권사는 지난 1월 재정위원회 참석을 마지막으로 사임을 청했다. 그 이유를 “내 나이가 팔팔(88)이야.
돌아다닐 나이가 아닌데 하도 채근을 해 나왔지만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에게 바라는 바를 청했지만 이 권사는 “누구든지 다 나보다 잘해”라면서 끝내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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