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도구로 살겠다는 개그우먼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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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남편, 지인들과 함께 떠난 이스라엘 성지순례 길에서 그는 갈릴리호수 앞에 섰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자신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를 찾아와 “양을 먹이라”(요 21:16~17)시며 그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신 곳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가서 내 양을 먹이라.” 문득 그는 “영적인 최전방이나 다름없는 연예계에 나를 세우신 이유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양떼를 먹이라’는 말씀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유혹과 시험, 가슴 아픈 일이 많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후배들을 품고, 강퍅하고 이기적인 이 세상에 빛이 되어주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소망의 도구로 살겠습니다.”
그래서일까. 요즘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버라이어티와 토크쇼까지 점령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우먼 김효진(34)씨를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그날의 감동이 되살아난 듯 ‘소명’에 대해 얘기하면서 잠시 울컥했다.
19세의 어린 나이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쪼매난 이쁜이’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코미디 부문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그에겐 최고의 자리만 주어졌다.
“너무 일찍 전성기를 맞다보니 감사하고 누릴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한편으론 조급했습니다.
 또 교만하고 자만했습니다. 내가 잘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에게도 내리막은 찾아왔다. 2002년 한 청춘 시트콤에서 노처녀 조교로 출연했다. 늘 방송의 중심에 섰던 그였는데, 어느새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연기하는 내내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힘들었다. 방송을 끝내고 몇 년 동안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렇게 방송에서 웃고 떠들던 그였는데, 사람들 만나는 것이 꺼렸다. 방송도 자제했다.
“그러다 우연히 릭 워런 목사님이 쓴 ‘목적이 이끄는 삶’을 읽게 됐어요. 책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는 ‘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구나’, 이튿날에는 ‘나를 계획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구나’, 또 그 다음날에는 ‘나는 그분의 도구로구나’, 그리고 마침내 내린 결론은 ‘내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목적을 두면 안 된다’였습니다.”
추운 겨울로 기억했다. 그는 집 근처 교회에 새벽예배를 드리러 나갔다. 오로지 하나님께만 집중하기 위해 예배가 끝난 뒤에도 혼자 남아 기도를 드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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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성지순례 중 지인들과 나사렛교회를 찾은 김효진씨(위 사진 가운데). CGNTV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 ‘정글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는 김효진 이성미 권재관씨.

 


“꽁꽁 얼어붙은 저를 감싸는 포근한 손길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만져주신 겁니다. 순간 마음의 평안이 밀려왔고, 온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모태신앙인이었지만 그는 하나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었다. “내가 기도하면 ‘뚝딱’ 들어주시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분, 하나님은 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한 착각이지요?(웃음) 오랜 시간 저는 그렇게 뒤바뀐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겁니다. 하나님의 도구는 전데 말입니다.”
김씨는 하나님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었다. 열심히 성경을 읽었다. 닥치는 대로 신앙서적도 참고했다. 2006년 10월, 그는 방언을 선물로 받았다. 그렇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니 삶이 달라졌다.
어수선했던 마음이 정돈되며 질서를 잡았다. 방송도 즐기면서 하는 여유가 생겼다. 또 틈틈이 온누리교회 연예인공동체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믿음도 키웠다.
“2007년 초, 저와 친하게 지내던 여자 후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한 하용조 목사님께서 연예인들을 위로하고 돌볼 수 있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저를 비롯해 탤런트 전혜진 추상미 정태우 한혜진씨 등이 연합했지요.
이후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동참하면서 말씀으로 치유받고 회복되는 기적들을 만들어갔습니다. 이 공동체는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입니다.”
지금 그에겐 든든한 버팀목 한 개가 더 생겼다. 지난해 5월 결혼한 남편 조재만(33)씨다. 김씨는 남편에 대해 “방송하는 것을 최고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열성적으로 지지해준다”며 “그와 성경을 펴놓고 중보기도를 드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파 선교사로도 나섰다. 선교교육위성방송 CGNTV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 ‘정글스토리’에서 이성미 권재관씨와 함께 MC를 맡았다. “소망이나 꿈을 잃어버린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제 웃음이 이웃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도구였으면 해요.” 그는 이 소명을 위해 ‘거룩한 수다’를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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