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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로교회 이규현 담임목사.



기독교 복음화율 8% 정도인 항도 부산에 건강한 교회 깃발을 펄럭이며 “그리스도가 계시므로 교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소리치는 올 해 환갑을 맞은 목회자가 있다. 


등록교인 3만 명이 넘는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로교회 이규현  담임목사다. 


부산 토박이인 이 목사는 1956년 독실한 불교 집안에 태어났지만 주일학교 때부터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서울 총신대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호주 시드니새순교회를 개척해 약 20년간 사역했다. 


5년 전 10월 조국의 교회를 섬기기 위해 부산으로 돌아와 정필도 원로목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달 29일 이 교회 2층 은혜홀엔 금요일 오전인데도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 목사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온갖 정성을 다해 집 밥을 지어서 자식을 양육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설교를 준비한다고 했다. 


권찰 2500여명은 이 목사의 ‘집 밥 교육론’에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예배 후 이 목사는 부산 신세계백화점 교보문고에서 최근 펴낸 ‘까칠한 벽수씨, 목사에게 묻다’(두란노) 저자 사인회를 열고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나벽수라는 가상의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목회자의 정체성, 목양의 본질과 원리, 위기를 대하는 자세, 지도자가 붙잡아야할 가치, 메시지를 들고 회중을 마주하는 과정,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 등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답을 통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할 길을 찾았다.  


글의 형식과 내용이 좀 특이하다. 


저자는 12라운드의 권투시합을 하듯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저자의 본명은 나오지 않고 어린시절부터 ‘목사 감’으로 불린 도전자 ‘나벽수 기자’와 ‘챔피언’의 대화로 진행된다. 


이 목사는 수영로교회의 자랑거리로 금요철야 예배를 꼽았다. 


“금요철야예배는 축제의 도가니입니다. 명절과 공휴일도 예외가 없어요. 

오후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장장 8시간 동안 이어집니다. 

교회학교 학생들도 많이 와요. 전교 1등하는 고교생도 꼭 참석해 예배를 드립니다. 

모두가 행복하니까요. 

부모와 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즐겁고 신나게 예배를 드립니다.” 


수영로교회는 부산과 경남을 통틀어 등록교인 3만 명이 넘는 가장 큰 메가 처치다. 


이 목사는 5년 전 은퇴한 정필도(76)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불교세가 강력한 항도 부산에서 성시화운동 등을 주도하며 기독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부산은 130년 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에 도착하기 전 조선에 첫 발을 디뎠던 복음의 도래지입니다. 

한국전쟁 땐 목회자들은 낙동강 전선이 무너지기 직전에 초량교회에서, 평신도들은 해운대 백사장에 구국의 기도를 드렸지요. 

기독교를 박해한 공산군이 발조차 디디지 못한 곳이지요. 

우리의 십자가는 오늘도 어두운 밤을 밝히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대형교회를 지키기 위해 이 목사는 엄마가 해주는 맛있고 영양 만점인 집 밥을 짓는 심정으로 설교말씀을 준비한다고 했다. 


보통 새벽 4시쯤 본당에 도착해 새벽 설교를 준비해 6시에 새벽예배를 이끈다. 


낮 12시까지는 칼럼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설교 준비에 몰입한다. 


20년이 넘은 습관이다.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목양에 힘쓴다. 


엄마가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아이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밥을 짓는 물도 그냥 수돗물을 쓰지 않고 깊은 산속 옹달샘의 맑은 물을 길어오고, 새벽시장에 나가 싱싱한 채소를 사오는 것처럼 정성을 다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특별새벽기도 등 중요한 예배를 드릴 때에도 단순한 안부 문자 외에 성도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열혈샌님’으로도 불리는 이 목사는 이야기 한 토막으로 ‘들러리 영성’을 강조했다. 


“어느 관광 가이드가 관광객을 모나리자 그림 앞으로 안내했습니다. 

풍부한 전문지식과 열과 성을 다한 설명, 매끄러운 달변으로 설명하는데 한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아, 좀 비키세요. 그림 가리지 말고’. 자기 열심, 자기도취에 사로잡혀 정작 관람객들에게 보여 줘야할 그림을 가로막는 형국이죠.” 


이 목사는 오늘날 교회가 경계해야할 모습으로 이를 제시하며 세례 요한은 가리고 예수를 드러내는 영성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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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로교회 이규현 목사(가운데)가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센텀시티점 교보문고에서 저자 사인을 한 뒤 독자들과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학원에 가야할 시간에 예배당으로 몰리고 불타는 금요일 밤을 즐겨야 마땅할 청년과 대학생들이 기꺼이 예배당에 나와 성심껏 기도하는 이유가 뭘까. 


이 목사는 “맛집이랑 마찬가지죠. 

음식만 맛있게 만들어 놓으면 손님은 알아서 옵니다. 목사는 성도들의 관점에서 영혼의 음식을 요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목사는 원칙과 철학이 없는 리더십 과정 등, 각종 이벤트성 프로그램 경쟁을 펼치는 일부 한국 교회 현실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내놨다. 


“예배를 뼈대로 삼아야 합니다. 예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입니다. 

예배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찾는 것이 교회가 교회로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한국 교회가 사는 길이고 부흥의 길이기도 합니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참다운 크리스천, 진짜배기 제자를 길러 내는데 프로그램의 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예배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얘기 아닙니까. 

말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초대교회가 무릎이 닳도록 강조했던 그 순수하고 열정이 넘쳤던 바로 그 기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128∼129쪽) 


오후 2시에 시작된 저자 사인회는 2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이 목사는 꼬마 펜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사인펜 내려놓고 ‘예배는 본질에서 나온다’(6라운드)는 장을 펼치고 눈물과 무릎기도, 참다운 예배의 회복이 절실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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