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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장로가 십자가 수리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경기도 용인의 한 개척교회를 통해 ‘전국개척교회연합’이라는 인터넷카페를 알게 됐다. 

그곳에 ‘십자가 무상수리’ 코너가 있었는데 하루 평균 2∼3개씩 고장 난 십자가에 대한 문의나 수리를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코너에서 상담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답변이 부족할 때가 많았다. 
이를 보다 못한 남 장로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장 난 네온사인 십자가의 증상과 원인, 수리방법 등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리고 “재료비만 부담하면 인건비를 받지 않고 고쳐드리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장사하려고 한다는 오해만 받았다.

 “상업용 게시글을 쓰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어요. 그래서 글을 쓰지 않았는데 어느새 보니 코너가 없어졌어요. 현실적으로 무상 수리가 어렵기 때문이죠.”

이 코너와 상관없이 십자가를 고쳐 달라는 연락은 계속됐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십자가 수리 자원봉사에 나섰다.

처음 십자가를 고치러 간 곳은 충북 충주였다. 
네온관 노후가 고장 원인이었다. 

거의 새것으로 갈았다.

가장 멀리 출장 봉사를 간 곳은 경남 진주 명석교회였다. 

왕복 600여㎞를 달려가 보니 원인은 겨우 전선이 끊어진 것일 뿐이었다. 

지붕 공사를 할 때 선이 잘린 것이다. 

수리비가 100만원이라고 해서 고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남 장로가 말끔하게 고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경기도 시흥의 한 개척교회였다. 

이 교회는 고장 난 십자가가 문제가 아니었다. 

태풍으로 종탑 자체가 넘어지기 직전이었다. 

남 장로는 두 번씩이나 방문해 십자가는 물론 종탑까지 수리했다. 

이곳에서 어려운 교회의 애환을 깊이 느끼기도 했다. 

형편이 워낙 어려워 재료비를 안 받겠다고 하는데도 담임목사가 굳이 사례하겠다고 차 안으로 돈 봉투를 던졌다. 

“집에 도착해 펴보니까 1만원권 1장, 5000원권 1장, 1000원권 5장이었어요. 그 교회의 전 재산을 받은 것 같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는 고장 난 십자가를 전액 무상으로 고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요청하는 교회가 워낙 많은 데다 그도 형편이 빠듯해 교통비 등 실비를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무상 수리가 가능해졌다. 

남 장로의 이런 마음을 안 천안성결교회(윤학희 목사)가 지난해 말부터 실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올해 벌써 8곳의 십자가를 고쳤다. 

특히 지난해엔 남 장로의 소문을 듣고 온 한 독지가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천안지역 교회 8곳의 십자가를 수리했다.

그는 요즘 비가 새는 어려운 교회를 대상으로 방수처리까지 한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이미 상황이 심각한 교회 3곳을 도왔다. 

남 장로는 “자꾸 이런 것만 눈에 띄는데 어쩌겠냐”며 “나이 60에 할 일 많으면 그것도 축복”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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