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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집사가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MC 대학교수 영화제작자 등 다양한 삶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선교의 사명을 실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배우 신현준(51·여의도침례교회) 집사는 2014년 인생의 기둥이자 나침반이었던 두 사람을 한꺼번에 잃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지난 16일 만난 신현준은 기둥 중 한 명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6살 때 처음 교회에 출석해 만난 여의도침례교회 한기만 목사는 ‘노총각 배우’라는 딱지가 붙은 그를 볼 때마다 “장개 가야지” 했다.


“제 결혼식 주례는 두 분이 하셨어요. 한 분은 임권택 감독님, 다른 한 분은 한 목사님이시죠.”
한 목사의 주례는 그의 자택 침실에서 이뤄졌다.


2013년 결혼을 앞두고 만난 한 목사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미국에 있던 예비신부는 한국에 와달라는 신현준의 요청에 주저 없이 달려왔다.


“목사님은 산소호흡기를 입에서 뗐다 붙였다 하시며 힘겹게 저와 아내를 축복해 주셨어요.”
이듬해 1월 한 목사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고 6개월 뒤 또 한 명의 기둥이 그의 곁을 떠났다.
아버지 신인균씨였다.


“입관하기 전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봤어요. 꽁꽁 싸매듯 염을 한 채 누워 계신 모습을 본 뒤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은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채워지지 않았어요.”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가족, 신앙의 깊이를 더하다

그를 회복시키고 위로한 건 가족이었다.


무엇보다 첫아들이 태어났을 때를 그는 잊지 못한다.
비로소 아버지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걸 느꼈다.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자르고 포대에 쌌는데 그 모습이 아버지 입관 때 모습과 겹쳐졌어요.”


이 이야기를 하며 북받친 감정을 추스르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낸 뒤 말을 이었다.


“제가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가 사랑스럽다고 느낄 때마다 아버지도 날 이렇게 사랑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신앙도 깊어졌다.


첫 번째가 기도였다.


그가 SNS에 글을 올릴 때 해시태그로 꼭 올리는 것도 ‘#기도하는 아빠’다.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부모님께 배웠어요.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 기도의 힘이었죠. 저 역시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배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직접 예배당에 가서 예배드리는 것을 소중히 여기게 됐어요. 주일 아침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이유식을 먹이는 것부터가 예배의 시작인 거죠.”


아이들을 통해 삶 자체도 달라졌다.


“아이들 덕에 말도, 행동도 조심하게 돼요. 아내도 믿음이 그리 깊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통해 물들어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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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의 기봉이...장애인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내다.




선교 사명 위해 달란트 주셔

신현준은 활동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배우로 입지를 다진 데 머물지 않고 인덕대 방송연예과 전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예가중계’ ‘시골경찰’ 등 예능 프로그램에선 예능감도 뽐낸다.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 회원으로 내년 2월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오픈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간증도 할 예정이다.


그는 하나님이 선교의 사명을 위해 달란트를 주셨다고 믿는다.


“선교의 사명은 한 목사님과 어머니를 통해 받은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제가 카자흐스탄에 교회를 세우고 있더라고요.”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방송 촬영 때도 마찬가지다.


“‘카인과 아벨’을 촬영하던 고려대병원에서 백혈병으로 머리카락을 모두 깎은 어린 여자 환자를 만났어요.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제가 쓴 ‘고백’이란 책을 읽고는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대요.
‘시골경찰’을 찍을 때는 시골 어르신들과 교제하며 많이 배웠어요. 가끔 전도하면 어르신들이 ‘나도 얼마 전에 나갔어’라고 말씀하세요.”


신현준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며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뭔가를 찾았다. 영화 제작사 로고 영상이었다.


“제작한 영화를 오는 12월 개봉할 때 처음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채화 느낌의 애니메이션 영상이었다.


꽃잎이 흩날리는 꽃길이 펼쳐지고 길 위를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 2명이 탄 차가 달린다.
아이의 웃음소리에서 행복과 평온이 느껴진다.


영상 마지막 화면에 HJ필름이란 로고가 떴다.
그 아래 적힌 짧은 글에 눈길이 갔다.


시편 23편 1절(psalms 23:1)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어머니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에요.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은 제 가족이고 웃음소리도 제 둘째 아이 웃음이에요.
하나님이 저희에게 주신 꽃길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의 기도제목은 뭘까.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거창한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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