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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화 서현교회 장로가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 에덴기독교백화점에서 ‘농어촌 미자립교회에 달력보내기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달력 주문량이요?
많이 줄었지요. 연말이면 은행에 가서 달력 받아 오는 건 이제 옛날 얘깁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여전히 달력은 최고의 전도지라는 거요. 하하하.”


서울 관악구 에덴기독교백화점에서 지난 12일 만난 김경화(64) 서현교회 장로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달력 예찬론’을 펼쳤다.


이곳 대표인 김 장로는 매장 입구에 걸려 있는 달력 앞에서 5년 전 경남 합천군의 한 농촌교회로 성도들과 봉사활동 떠났던 이야기를 꺼냈다.


“여느 때처럼 농촌으로 여름 단기봉사를 떠나 전도활동도 하고 성경학교도 했지요. 떠나기 전 목사님께 목회활동을 지원하고 싶은데 어떤 게 필요한지 물었더니 ‘교회 이름 적힌 달력을 제작해줄 수 있느냐’고 하시더군요.

그제야 예배당 벽에 붙은 달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농협에서 받아 온 달력에 교회 이름을 프린트해서 풀로 붙여 놓은 거였어요.”


서울로 돌아온 김 장로는 당회에 ‘농촌교회에 달력을 제작해 줄 것’을 제안했고 그 뜻에 동참한 성도들은 ‘달력보내기 헌금’을 모았다.


교회 이름이 적힌 달력 30부가 전달되던 날 김 장로는 농촌교회 목회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 장로는 “목사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합천에서 25년 동안 목회했는데 성도들과 동네 주민에게 우리 교회 이름이 적힌 달력을 처음 전해봤다’며 누차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후 김 장로는 ‘달력보내기 운동가’가 됐다.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주변 성도는 물론 교회가 소속된 노회에도 ‘농어촌·미자립교회에 달력 보내기 운동’을 소개했다.


첫해 10개 교회에 달력 300부를 보낸 운동은 곳곳에서 ‘달력보내기’에 동참해 준 교회와 기관 덕분에 4년 만에 200개 교회에 달력 8000부를 보내는 규모로 성장했다.


김 장로는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확인하는 시대라 달력을 구닥다리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농어촌교회 성도들에겐 거실에 교회 이름이 새겨진 달력 하나 걸리는 게 큰 자부심”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달력 제작에 엄두를 못 내는 교회가 많다”며 “미자립교회에 선교비 10만원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달력을 보내서 가정에 걸리게 하고 달력에 적힌 복음이 이웃에게 전파되는 전도지로 사용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로는 생명의말씀사에서 21년간 출판 영업과 매장 관리로, 18년간 에덴기독교백화점 대표로 활동해온 베테랑 ‘문서 선교사’다.


그의 꿈은 농어촌 미자립교회를 대상으로 시작한 ‘달력보내기 운동’이 군부대 해외선교지 기업신우회 등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부활절에 계란을 주고 추수감사절엔 떡을 돌리며 전도하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입니다.
달력은 다릅니다.
‘내년에 공휴일이 며칠 있나’ 궁금해서라도 열두 장을 넘겨보기 마련이고 그렇게 벽에 걸리거나 책상 위에 놓이면 1년 효과를 봅니다.
‘복음 실은 달력’이 많은 곳에 퍼져나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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