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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지에서 두 딸을 되찾은 김귀자씨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가족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환하게 웃다가도 ‘지난해 5월’로 시작하는 질문에 김귀자(53·여)씨는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지난 4년을 하루도 잊을 수 없다.


그는 2014년부터 두 살 터울의 딸 A씨(26) B씨(24) 자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5개월 동안 오전 8시만 되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보다 못한 청와대 관계자가 나와 “대통령도 신천지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김씨는 A씨가 바로 옆에서 신천지 교주의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고 했다.


그는 “오싹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딸이 냉소를 지으며 교주 사진을 들고 있었다”면서 “신천지에 빠진 아이들을 찾으려고 다시 바라본 교회 밖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며 몸을 떨었다.
그랬던 딸들이 마침내 돌아왔다.


두 딸은 지난해 10월 신천지를 빠져나왔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지난해 9월쯤 신천지 측에서 ‘아이들을 돌려보내겠다’고 연락해 왔다”며 “시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두 딸은 이단사역 단체의 도움을 받아 신천지 교리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는 “딸들이 고집하던 (신천지) 논리가 깨지는 순간 그동안의 응어리가 모두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딸들의 눈빛도 달라졌다고 했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의 A씨가 최근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김씨의 왼쪽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지방에 다녀온 엄마를 마중 나온다며 보낸 모바일 메시지에는 눈에서 빨간 하트가 나오는 캐릭터 이모티콘이 들어있었다.


B씨도 귀를 파 달라며 슬며시 무릎에 머리를 뉘였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김씨는 “(인터뷰에 나간다고 하니) B씨가 나지막이 ‘오늘 옷 괜찮은데’라고 했다”며 환히 웃었다.
두 딸은 다시 마주한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B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한국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신천지 때문에 번듯한 직장을 그만뒀던 큰딸 A씨는 최근 음식점에 일자리를 얻었다.
얼마 전에는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전산 자격증 취득 과정도 신청했다.


다시 신앙을 갖기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


회심 과정 당시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던 두 딸은 최근 김씨에게 “다시 교회에 가자”고 말했다.
새로운 곳에서 삶을 시작한 가족은 최근 출석 교회를 찾고 있다.


김씨는 “며칠 전부터 근처 교회들의 새벽기도회에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천지 피해자 가족에겐 여전히 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신천지에 빠진 기독교인은 교회에 죄를 짓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한 피해자 가족은 담임목사에게서 ‘전염병 옮기지 마시고 조용히 나가시라’는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며 “교회가 상처 입은 교인에게 위로만 건네도 힘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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