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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재일 목사(왼쪽)가 지난달 17일 어머니 인인숙 장로와 서울 중구 자택에서 두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1979년 구입한 성경이라 했다.

가죽 양장은 닳고 닳았다.

원래 있었을 금박도 오래전 사라졌다.


낡은 성경이 인생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인인숙(102) 명예장로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자택 거실에서 손때 묻은 성경을 보여 줬다.
겉장을 열었더니 암호 같은 글자가 빼곡했다. 맨 처음에 쓰인 글자는 ‘1. 80년 8월’이었다.
아들 차재일(62) 서울 광희문교회 목사에게 물어보니 “1980년 8월에 첫 번째 통독을 마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성경통독을 마칠 때마다 적은 메모는 ‘101. 2017년 2월’까지 이어졌다.
2017년 2월, 백 한 차례의 통독을 마친 셈이었다.


인 장로가 100세 되던 해였다.


“이제는 눈이 어두워 통독하기 어려워요. 이 성경을 읽기 전에도 통독할 때 사용했던 성경이 몇 권 더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늘 말씀 안에서 살아야 해요.”


인 장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30대 때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던 그는 현재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의사소통은 상대방 입 모양을 읽는다.


청력을 잃은 것은 지독한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1918년생인 인 장로는 14살이던 1932년 충남 당진으로 시집갔다.
“아버지는 20대 말부터 병석에 누우셨어요. 투병하다 69년 폐암으로 돌아가셨죠. 제가 11살 때였습니다.”


차 목사는 부친이 누워있던 모습만 생각난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떠안았던 인 장로는 삶에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이웃의 밭농사라도 대신 지어야 여섯 식구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때때로 좌판에서 생선도 팔았다. 그의 삶을 변화시킨 건 신앙이었다. 57년부터 교회에 출석했다.


“어머니는 10리를 걸어 새벽기도에 다녀오셨어요. 집에 오시면 잠자는 우리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셨어요. 그 차가웠던 손길과 따뜻했던 기도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차 목사는 “어머니를 지탱하는 힘이 신앙”이라고 했다.


인 장로에게 새해 덕담을 부탁했다. 차 목사와 며느리 방효숙(62) 사모까지 다가와 인 장로에게 기자의 질문을 전했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새해에도 예수 잘 믿으세요."


인 장로가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예수 잘 믿고 복음을 전파해야 합니다. 모두 회개하고 주님 앞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나님보다 더 높고 큰 존재는 없어요. 하나님 잘 믿으면 오래 살고 건강하고 복 받아요. 나를 보세요.”


덕담은 찬양으로 이어졌다.


인 장로가 읊조린 건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구절구절 인 장로의 신앙고백 이었다.


인 장로는 실천하는 신앙인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중보기도를 드린다.
60명 넘는 이름을 부르며 꼼꼼하게 기도한다. 2018년 낙상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어머니가 옷과 신발, 모자 등을 다 정리하셨어요.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당부하셨죠. 그리고는 500만원을 주시면서 ‘끼니 거르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차 목사는 기아대책에 어머니 사랑을 전했다.


당시 인 장로는 아들 목사에게 ‘잔소리’도 했다. “‘목사, 예수 믿어’라고 하셨어요. 또 ‘아는 소리만 하고, 모르는 건 설교하지 말아’라 하셨죠.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뭔가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해에도 신앙생활,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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