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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남매가 지난 9월 ‘2019 아시아 오세아니아 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어머니 김연미 집사와 함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럭비는 구기 종목 중 가장 거친 스포츠로 꼽힌다.


격투기 못지않은 거친 태클, 스크럼을 짜고 서로 어깨를 맞대며 벌이는 힘겨루기가 펼쳐진다.
장애인 스포츠에서도 다르지 않다.


휠체어럭비 또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플레이로 유명하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면 공격형 수비형으로 특수 제작된 휠체어끼리 부딪치는 파열음과 선수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그 경기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이끄는 삼남매가 있다.


박지은(28) 박승철(22) 박우철(20) 선수다.


상대편 선수들에겐 ‘공포의 삼남매’로 통한다.


승철씨가 탄탄한 체격과 근성으로 상대 공격수의 공격루트를 차단하고, 멀티 플레이어 지은씨가 협동수비를 펼치며 상대팀을 교란시키면, 팀의 에이스 우철씨가 전광석화처럼 포인트를 만들어 낸다.


스포츠계에서 삼남매가 같은 종목에서 한 팀을 이뤄 경기에 나서는 건 드문 사례다.
국가대표로 함께 선출된 건 더 이례적이다.


삼남매가 휠체어럭비 경기장에 등장한 건 불과 1년 전.


6년간 보치아 선수로 활동하던 승철씨가 지난해 휠체어럭비에 입문하면서부터다.
처음 손발을 맞추자마자 일을 냈다.


지난해 10월 출전한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지난 9월엔 강릉 아레나경기장에서 개최된 2019 아시아 오세아니아 선수권대회에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8일 충남 천안 동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우철씨는 “형이 전술을 잘 활용해 줘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승철씨는 “승부처에서 다양한 전술을 펼쳐 득점했을 때 짜릿한 느낌이 든다”며 럭비경기에 애정을 드러냈다.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첫째 지은씨 대신 어머니 김연미(49·천안천성교회) 집사가 형제를 기특하게 바라봤다.


삼남매는 모두 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온몸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는 희귀병이다.


꾸준히 근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손과 다리에 힘이 빠져 물건을 집거나 걷기도 힘들어진다.
휠체어럭비를 가장 먼저 접한 건 첫째 지은씨였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누나의 제안으로 휠체어럭비를 시작한 우철씨는 경기용 휠체어에 앉은 지 몇 개월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2017년엔 뉴질랜드에서 열린 선수권대회에 출전해 MVP에 올랐고 ‘이달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김 집사는 “운동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국가대표 얘길 꺼내기에 처음엔 사기당한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뒤로 관심을 갖고 훈련과정과 경기모습을 지켜봤는데 놀라울 만큼 집중력이 높아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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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우철 선수가 휠체어 럭비 경기를 하는 모습


2003년부터 삼남매를 홀로 키워 온 김 집사에겐 일상이 곧 역경이었다.


거리에 돗자리 하나 펼치고 잡동사니를 팔다가도 삼남매에게 일이 생기면 학교로 달려갔다.


해수욕장에서 커피를 팔아 모은 돈을 도둑맞아 절망하기도 했다.


삼남매가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턴 경제적 어려움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 힘이 돼줬다.


우철씨가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2014년엔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밀알복지재단의 장애체육선수 운동지원사업 ‘점프(Jump)’가 손을 내밀었다.


KB국민카드,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도 힘을 보태 훈련비와 훈련장비를 지원했다.
가장 큰 힘은 역시 신앙과 사랑이다.


김 집사는 “교회 주보에 항상 말씀 카드가 들어 있는데 감명 깊은 성경구절이 있을 때마다 액자에 끼워둔다”며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액자엔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란 구절이 네 식구의 사진을 지키고 있었다.


사랑의 힘 앞에선 육체의 연약함도 장해물이 되지 않는다.


김 집사는 거실 한쪽을 채우고 있는 수십개의 트로피와 상장 틈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며 삼남매가 기념일마다 써 준 손편지를 보여줬다.


그는 “연필 한 번 쥐기 힘들 상황일 때도 아이들이 엄마 생각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면서 “삐뚤빼뚤한 글씨가 내겐 세계 최고의 명필”이라며 웃었다.


삼남매는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대회에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둘 예정이다.
내년엔 육상과 수영 등 개인종목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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