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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서 총신대 총장이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 총장실에서 집무를 보며 한점숙 사모와 집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대학총장, 총신대 역사상 최초의 비신학과 출신 총장.


이재서 총신대 총장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는 최근 수식어 하나를 더 달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총장’이다.


그는 지난 5월 제7대 총신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직전 총장의 학교 부정운영,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천막농성, 용역업체 강제 진입 등의 내홍을 싸매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출발선에 놓여 있었다.


취임 5개월째 학교 정상화를 위해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총장의 하루를 동행했다.
이 총장을 만난 건 지난 5일 오전 7시 25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신관 로비였다.


여느 때처럼 그의 곁에는 한점숙 사모가 한발 앞서 팔꿈치를 내어준 채 걸음을 맞췄다.


“어서 오십시오. 국민일보 최기영 기잡니다.”


이 총장을 만나는 이들은 자신의 직함을 얘기하는 것으로 첫인사를 나눈다.


귀와 입으로 먼저 인사를 나눈 뒤 악수로, 때로는 가벼운 포옹으로 반가움을 전한다.
단순하지만 이 총장 특유의 정감이 묻어나는 인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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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서 총장이 행정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용 PC.



그는 이날 아침마당(KBS 1TV)에 아내와 함께 출연해 삶의 주요 순간들을 소개했다.
메시지는 간결했다.


‘세상에 넘지 못할 벽은 없다’고 했다.


“저의 삶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인내와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신앙심이 준 긍정의 힘으로 세상의 편견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편견을 깬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린 열다섯 소년 시절부터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해 밀알선교단(현 세계밀알연합)을 세우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일 등 그의 삶이 영화필름처럼 펼쳐질 때마다 방청석에서 탄성이 나왔다.
생방송을 마친 이 총장은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집무를 위해서였다. 길잡이가 돼주던 한 사모는 이 총장을 익숙하게 뒷자리로 안내한 뒤 운전대를 잡았다.


학교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총장 전담 운전기사를 지원받지 않기로 결단하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한 사모는 “짧게는 출퇴근길, 길게는 왕복 수백㎞에 달하는 지방 출장까지 남편이 가는 곳 어디든 함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선 안전을 걱정하지만, 남편과 교제 나누며 오가는 길을 하나님께서 분명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며 웃었다.


이 총장의 스케줄 표엔 내년 3월까지 주말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대부분 전국 각 지역 교회를 방문해 총신대 회복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일정이었다.


학교를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 놓기 위해선 전임교원 확보, 장학금 지원, 교육환경 개선 등의 지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이 총장이 주말을 포기하고 분주하게 전국 교회를 향하는 이유다.


그는 “주일에만 평균 3~4회 지역교회 강단에 서는데 총신대와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건네는 후원금이 벌써 1억 5000만원을 넘어섰다”며 전국교회에 감사를 표했다.


총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이 총장은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오늘의 집무가 하나님의 계획대로 진행되길 간구하는 시간이다.


기도를 마친 그의 두 손엔 시각장애인용 PC가 들렸다.


18년째 이 총장이 비장애인과 아무런 차이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 주는 필수품 1호다.


이 총장은 “웹서핑, 문서작성 및 음성출력, 이메일 송수신, 점자출력 등 일반PC의 기능들이 대부분 구현돼 행정 업무를 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며 능숙하게 PC를 조작했다.


비서실과 실무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결재하는 업무에 있어선 세계밀알연합을 조직하고 운영해 오면서 몸에 밴 꼼꼼함이 엿보였다.


소통과 의견수렴에도 거침이 없었다.


총장실의 문턱을 낮춘 덕분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이 총장 취임 후 교직원은 물론 학생 대표들도 격의 없이 총장실을 찾는다”며 “과거와 달라진 총장실 풍경”이라고 귀띔했다.


정오에 가까워지자 채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이는 학생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종합관 2층 총장실에까지 들려 왔다.


이 총장은 “이게 학교의 살아있는 소리”라며 강당으로 향했다. 이날 채플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준 목사) 임원단이 방문했다.


지난 9월 제104회 총회 이후 첫 공식 방문이다.


김종준 총회장은 이날 학교발전기금 2억원을 전달했다.


지난 회기 모금된 기금과 최근 총회장 이취임감사예배 헌금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이 총장은 “총신대는 총회가 지향하는 목회자를 양성하고 기독교지도자를 키워내는 학교”라며 “우리를 위해 함께하는 선배와 총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권면했다.


채플 후엔 총회임원단과의 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선 이전 재단이사들이 학교 복귀를 위해 진행 중인 소송 이야기가 오갔다.
이 총장은 “이전 재단이사의 복귀는 총신대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가져올 것”이라며 “학교 안정화를 위해 총회가 소송취하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의 집무는 오후에도 쉼 없이 진행됐다.


부총장, 각 분야 실무를 맡은 교수진과의 회의와 면담이 꼬리를 물었다.


대화 중 중요한 사항이 언급될 때마다 PC 자판에 올린 이 총장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날 이 총장은 오후 7시가 넘어서야 한 사모와 함께 총장실을 나섰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을 빼곤 집무를 위해 꼬박 5시간여를 한자리에서 보낸 후였다.
퇴근길의 목적지는 20여년 전 분양받아 17년째 거주 중인 학교 근처 오래된 아파트 단지다.


학교 재정을 조금이나마 아끼기 위해 관사 입주마저 포기한 그의 결단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퇴근 길목에서 이 총장은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대한 말을 남겼다.


“제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저를 드러내기 위한 길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를 바르게 회복시키기 위한 길이자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잃지 말아야 할 희망의 길입니다.
그게 하나님께서 제게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게 하신 길이라 믿습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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