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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 강릉 아산병원 원목(앞줄 왼쪽 세 번째)과 윤정희 사모(앞줄 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해 윤이의 입양을 계기로 강릉중앙감리교회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첫째 하은이는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김상훈 목사 제공>



가슴으로 품은 아이들 11명을 키우고 있다.


올여름엔 12번째 자녀를 데려올 예정이다.


일부 장애에 더해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하나님’(신 10:18)이란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상처 많은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울타리를 힘닿는 대로 제공하려 한다.


부부의 날(21일)을 앞두고 대한민국 최다(最多) 입양 부부인 김상훈(59) 강릉 아산병원 원목과 윤정희(54) 사모를 만났다.


지난 17일 김 목사를 파송한 강원도 강릉 난설헌로 강릉중앙감리교회(이철 목사) 사택 소망관 1층.
20평 조금 넘는 사택에 꼬마 예닐곱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김 목사와 윤 사모 자녀들 외에 다른 입양 가정에서 잠시 맡기고 간 아이들도 있었다.


인근 대관령목장을 방문해 잔디에서 뛰놀다 돌아온 아이들 옷을 벗겨 한 명씩 목욕탕으로 보내는 윤 사모를 도와 셋째 하민(17·여)이와 여섯째 햇살(15)이가 능숙한 솜씨로 애들을 씻기고 머리를 말려줬다.


“사택 앞이 경포호이고 조금 더 걸어가면 경포대예요. 전국의 기독 입양 가정들이 지치고 힘들면 자연스레 우리 집을 찾아와요.
우리 집에 잠시 애들을 맡기고 부부끼리 바다를 보며 힐링을 한다고 외출하곤 해요. 덕분에 늘 아이들로 집이 붐벼요.”


허름한 티셔츠에 억척스러운 몸짓의 윤 사모가 그윽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사모는 지난해 한국기독교입양선교회를 창립했다.


홀로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게 가정과 엄마 아빠의 사랑을 선물한 목회자와 성도 가정 20여 가구가 함께하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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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 원목과 윤정희 사모




윤 사모는 “하나님께서 저같이 부족한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양자의 영으로 자녀 삼으시고, 하나님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면서 “조건 없이 받은 주님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 윤 사모 부부는 결혼 후 3년간 네 번의 유산을 경험했다. 2000년 입양기관을 통해 하은(21) 하선(20) 자매를 입양하면서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다.


단순 폐렴인 줄 알았던 하선이가 폐쇄성 모세기관지염이라는 희소 질환으로 한쪽 폐를 못 쓰게 되고 사경을 헤맬 즈음, 이들 부부는 아이를 살려만 달라는 서원 기도를 한다.


김 목사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애 엄마는 치유되면 자신의 일부를 드리겠다는 다짐의 기도를 했고, 저는 주님의 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선이는 건강하게 자라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언니 하은이는 캐나다로 건너가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김 목사는 다짐 그대로 억대 연봉의 토목기사직을 버리고 목원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해 목사가 됐다.


대전 함께하는교회를 개척해 시무하다 지금은 강릉 아산병원 원목으로 일하며 아픈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윤 사모는 자신의 일부를 이웃에게 나눈다는 서원 그대로 한쪽 신장을 생면부지 부산의 이웃에게 떼어 줬고 김 목사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장기를 기증했다.


2010년 5월 21일 둘이 합쳐서 하나가 되라는 ‘부부의 날’에 모범부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엔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국민훈장 석류장도 받았다.


하은 하선 자매에 이어 2006년 하민이를 입양해 세 딸을 두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요한(16) 사랑(15) 햇살(15) 다니엘(15) 한결(14) 윤(13) 하나(9) 행복(7) 등 아들만 여덟을 더 입양했다.


매년 가족이 늘어나기에 해마다 가족사진을 새로 찍고 있다.


부부는 최근 자녀교육 이야기를 묶어 ‘길 위의 학교’란 책으로 펴냈다.


‘스카이캐슬’이 입시 경쟁을 통해 한국사회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려는 몸부림을 다룬 드라마였다면, ‘길 위의 학교’는 가난한 목회자 부부가 말씀을 중심에 두고 11명의 아이들에게 경쟁 대신 사랑을 가르치면서 주님의 은총을 만나는 드라마다.


책의 인세 수입은 성인이 돼 보육원에서 독립하는 이들을 돌보는 쉼터를 세우는 데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부부는 “가정의 개념을 계속 넓혀서 단순히 호적에 올리는 가족뿐만 아니라 버림받은 영혼들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듬는 공동체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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