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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목사



“지난 1년간 무명으로 헌금을 했는데 기부금 납입확인서를 ○○만원으로 발급해 주시겠어요.” 


“제가 아직 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할 겁니다. 입학서류(또는 입사서류)를 제출하는 데 필요한 교인증명서와 세례확인서를 발급해 줄 수 있나요.”


연말연시나 입학, 입사 시즌이 되면 이런 청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주로 등록교인이지만 가끔 예배에 참석하는 분들이나 소속 교회 없이 모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교인의 가족이나 지인들, 아직 교회에 다니지도 않고 세례도 받지 않았지만 기독교 계통 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려 하는 분들인 경우 이런 요청을 합니다.


저는 이런 요청을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거절을 하면서도 살짝 마음 상해하는 교우들을 보거나 그 거절 때문에 입학이나 취업이 어려워지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분들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늘 질문하면서 살고 있지만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종종 옳지 않은 길의 유혹을 마주합니다.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살전 5:22)고 하셨는데 믿음으로 유혹을 이기기보다 욕심에 이끌려 악한 길로 가는, 연약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때로 자신의 부정직함을 당당하게 변명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실망하고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직하고 의로운 길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의 근거는 하나님께서 사랑의 격려와 응원을 통해 새 힘을 주시고 우리를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정직’이라는 단어는 하나님의 통치와 길, 심판과 말씀을 묘사할 때 사용됩니다. 

매끄럽고 평탄한 의인의 길이요, 공평과 공정함이며 진실함이요 마땅히 행할 길이 정직입니다. 

정직은 단순히 도덕적 특성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심으신 형상이며 언약을 기억하고 그 계명에 순종하는 신앙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나부터 정직하겠습니다’라는 믿음의 결단은 성령운동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죄에 익숙해지고 당당해진 우리들이 그 길을 돌이켜 거듭나는 것은 성령의 전적인 도우심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중 94조에는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부지런히 따르도록 훈계 받아야 한다”며 그리스도인의 생활 속에서 말씀 실천과 훈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직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구체적인 삶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윤리적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포괄적인 삶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할 때 우리는 정직한 삶을 힘차게 살게 될 것입니다.


<이인선 목사(서울 열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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