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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연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고 스스로 가장 낮은 자가 돼 죽음도 감수한 예수 그리스도. 

대속을 통해 구원을 주신 주님. 


다시 부활하셔서 하나님 나라의 찬란한 영광을 보여주신 주님. 


예수는 그 고난과 영광이 시작되기 직전 열두 제자를 모아 놓고 성찬을 행하셨다. 

성찬은 현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전통이다. 


이 성찬에 대한 궁금한 점을 서울신학대학교 조기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Q. 성찬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A. 성찬을 매주 하면 ‘습관적’으로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가끔 하는 게 좋다는 주장이 있다. 

신기한 사실은 이 똑같은 주장이 설교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교도 매주 듣게 되면 ‘습관적’으로 듣기 때문에 1년에 서너 번씩만 듣는 게 좋을까. 설교 없는 예배가 불완전한 예배인 것처럼 성만찬 없는 예배도 불완전한 예배다. 


‘성찬’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 유익하다.



Q. 예수님은 왜 '떡' 을 떼어 주시면서  "이것을 행함으로 나를 기념하라" 고 말씀하셨나.


A. 성찬의 원래 재료는 빵이다.

떼어지는 빵(떡)이 마치 십자가 위에서 찢어질 당신의 몸과 같고, 잔에 부어지는 붉은 포도주가 십자가 위에서 흘려질 당신의 피와 같다고 비유하신 것이다. 

우리가 떡을 떼고 잔을 나누는 성만찬 속에서 주님을 생각할 때, 살 찢고 피 흘려 우리를 구원해주신 주님의 은총을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Q. 성만찬 때 떡과 포도주는 앞으로 나아가서 받아야 하나.


A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는 자발적으로 주님의 몸에 참여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며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빵을 주신 곳은 분명 ‘식탁’이었다. 다만 회중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성찬상 주위로 모일 수 없을 때는 군데군데 떡을 가진 사람과 잔을 가진 사람이 서고 사람들은 그곳에 가서 받아먹을 수 있다.



Q. 포도주와 포도즙 중에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나.


A. 예수님의 성찬 이후 교회는 빵과 함께 포도주를 성찬의 재료로 사용했다.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금주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이때부터 교회는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포도과즙으로 성찬을 거행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교단들에선 여전히 포도주를 고집한다. 한국교회는 미국의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전해 받으면서 포도즙을 사용하도록 배웠기 때문에 그 전통을 따르고 있다.



Q. 성찬은 꼭 세례 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나.


A. 신약시대 이후 초대교회에서도 성찬은 세례받은 자로 엄격히 제한했다. 

새 신자에게 3년이라는 철저한 훈련과정을 통과하게 한 후, 세례 받을 사람을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돼 세례를 받은 사람만이 성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이 성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할 경우 ‘구원의 확신’이란 게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세례’라는 외적인 절차를 통해 하나님의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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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찬은 모든 이를 차별 없이 용서하고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시간이다. 그 은혜의 힘으로 우리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중앙루터교회 성전 제단 위에 놓인 성찬기 너머로 성찬식에 참여한 성도들의 모습이 보인다. 


Q. 성찬은 예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예식인가.


A. 근대 개신교회들이 성만찬의 의미를 ‘그리스도의 희생’에 초점을 맞춰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주님은 제자들과의 재회를 통해 새로운 부활 이후의 성찬을 허락하셨다. 

성찬은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먹는 기쁨의 잔치인 동시에 참여자들이 모두 이 식사를 통해 주님과 한 몸이 되는 ‘기쁨과 교제의 식사’였다. 

성찬식은 장차 천국에서 주님께서 친히 베풀어주실 잔치의 ‘현재적 미리 맛봄’이다.



Q. 성찬 후에 남은 빵과 포도주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A. 신약의 교회들은 성만찬 후에 남은 음식들을 싸서 공동체 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다. 

거룩한 목적에 사용됐던 성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목사관으로 가져가서 목사 혼자서 소화하든지, 아니면 예배 후에 교회의 장로나 다른 예배봉사자들과 함께 경건하게 그것들을 소화하는 것도 좋으리라 판단된다.



Q. 성찬 예배에 불참한 병중인 성도에게 성찬을 갖다 주어도 되나.


A. 기원후 165년쯤 기록된 순교자 저스틴의 편지에 의하면, 당시 교회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교회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성찬의 빵을 가져다줬다. 

질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기독교신앙 때문에 투옥된 상태라고 생각된다. 

이런 사람들은 기독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주의 만찬을 받아먹을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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