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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장


한국과 일본의 경제 전쟁이 치열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막무가내식 태도에서 이번 기회에 한국을 굴복시켜 ‘항복’을 받아내려는 결기가 느껴진다.


이제 한국도 가만있을 수 없다.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일본에도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결국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미국이 해결자로 나설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개입, 자제를 강하게 요청한다면 아베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당장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략적으로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과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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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일단은 지켜보고만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을까.


나는 미국, 특히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정부를 분석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요소가 있다고 믿는다.


지금 한국 정부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을 요소다.


그것은 미국을 움직이는 ‘빌리프 팩터’(Belief Factor·믿음 요소)다.
미국은 청교도가 세운 나라다.


하나님과의 계약에 의해 탄생했다는 ‘계약신학’이 사회 기저에 흐르고 있다.


언제나 자신들을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산 위의 동네’(14절)라는 선택된 존재로 여긴다.
산 위의 동네에 사는 자들로서 항상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이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로 연결된다.


세계의 경찰로서 ‘산 아래 동네’의 무도(無道)한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갖는 것도 이 같은 믿음에 따른 발로다.


과거 걸프전 개시 직전, 미국 정부 핵심 수뇌부가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모여 전략회의를 가졌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뒤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조사를 맡은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는 청교도 목회자인 존 윈스럽이 1630년 행했던 설교를 인용했다.


그 설교는 첫 번째로 미국을 ‘산 위의 동네’에 비유한 유명한 메시지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빌리프 팩터는 역대 미국 대통령 시절에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더욱 강화됐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면 그에겐 ‘산 위의 동네’의 수장으로서 하나님과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는 듯하다.



그의 초등학생과 같은 솔직함과 천박함, 즉흥성이 빌리프 팩터와 맞물려 전혀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하게 한다.


백악관은 물론 트럼프의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는 수시로 미국 교회 지도자들이 방문한다.


복음주의권을 비롯해 주로 은사주의권 목회자들은 트럼프를 성경 속 고레스와 예후에 비유하며, 주저하지 말고 하나님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라고 조언한다.


칭찬에 약한 트럼프의 성격상 그들의 메시지에 고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민감한 중동 정세를 무시하며 이스라엘의 주미 대사관저를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에게 동일하게 하나님을 믿는 국가인 한국과 미국의 기독교적 유대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산 위의 동네’에 있는 미국으로 하여금 같은 하나님을 믿는 한국이 무도한 비기독교 국가인 일본에게 당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게 해야 한다.


워싱턴과 서울 평양 예루살렘 간에 ‘복음의 대로’가 연결될 수 있다고 귀띔한다면 그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요점은 국익을 위해 미국의 빌리프 팩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의 신앙심과 허영심, 미국에 흐르는 반지성주의를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서도 빌리프 팩터를 감안한 트럼프 사용법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전문가 그룹을 양성해야 한다. 트럼프를 움직이는 미 기독교 지도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믿음의 호소는 아베의 골프 접대보다 트럼프에게 비교 불가하게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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