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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하의 아내인 밧세바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다윗왕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자신의 죄악을 직면한다. 이후 그는 철저한 회개 과정을 거쳐야 했고, 인생 후반부는 고난으로 점철되기도 했다. 그림은 나단 선지자(왼쪽)가 다윗왕의 성범죄 사실을 지적하는 장면. 충격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듯한 다윗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제이컵 베이커의 ‘나단과 다윗’ 작품.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다윗왕의 범죄를 지적했던 나단 선지자처럼 “당신이 그 사람이라(삼하 12:7)”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성폭력을 포함한 간음(Adultery)은 하나님이 주신 정상적인 결혼 관계를 파괴하는 죄악이다. 

근친상간과 동성애, 수간(獸姦), 패륜적 변태 행위 등과 함께 엄격히 금지됐다(출 20:14, 신 5:18).


# 위대한 왕 다윗도 

     저질렀던 성폭력 범죄


예수 그리스도는 육적 간음뿐 아니라 음욕을 품는 것조차도 간음으로 간주했다(마 5:28). 

성경 속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성경 속 피해자들, 

     말도 못했다


구약성경은 4000∼5000년 전 고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는 가부장적 사회였다. 


그러기에 여성은 존재조차 미미했고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외침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성경이 성폭력을 비롯한 죄의 실상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곱의 딸 디나는 히위 족속 통치자 세겜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성경은 디나의 고통을 보여주는 대신 “강간하여 욕되게 하고”(창 34:2)라는 말로 진술한다. 

여기서 ‘강간’(개역개정·violated)이란 말이 성경에 처음 등장한다.

밧세바 역시 다윗왕에게 부끄러움을 당했다. 


절대 권력 앞에서 밧세바는 자신의 고통을 토설할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임신하였나이다”(삼하 11:5)라는 짧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성경 기자는 그러나 “다윗이 행한 그 일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하였더라”(삼하 11:27)고 평가하고 있다. 


다윗왕의 딸 다말 역시 피해자였다. 

그는 이복 오빠인 암논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다말은 “나를 욕되게 하지 말라.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 말라”며 거부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말은 사건 이후 수치심 속에 울부짖는다(삼하 13:19). 


▲ 감추인 죄는 드러난다


성경에서 ‘미투 선언’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가해자들의 폭력 앞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작금의 상황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미투 운동은 “숨은 것이 장차 드러나지 아니할 것이 없고 감추인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다(눅 8:17)”는 성경 구절과도 연결된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근주 전임연구위원은 7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납득이 될 만큼 가해자가 분명하게 규정돼야 한다”며 “가해자는 불분명한 표현 대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납득되도록 이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남포교회 박영선 원로목사는 지난 4일 주일설교에서 ‘다윗 사건’을 언급했다. 

박 목사는 “신약성경은 다윗을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은’(마 1:6)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윗은 철저한 회개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인생 후반은 고난으로 점철됐다”며 “이는 신자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다윗의 영웅성을 지향하지 말고 그가 실패했던 자리에서 은혜를 구하라”고 권면했다. 


▲ 피해자들에겐 어떻게


방한 중인 팀 켈러(미국 리디머시티투시티 이사장) 목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 “초대교회는 여성의 인권을 중요시했고 남성으로부터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했다”며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교회가 침묵한다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장 홍보연 목사는 “교회는 사회보다 더 보수적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더 숨죽일 수밖에 없다”며 “교회는 하나님의 정의에 입각해 가해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사죄하도록 해야 하며 동시에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함께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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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세바는 

    유혹하지 않았다


성경에는 많은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성범죄의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얼마나 행실을 잘 못 보였으면…’ 하고 의심을 받기도 한다.  


남편이 자주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음란한 여성’ 취급을 받는 이도 있다. 

최근 교회에서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처치투(#ChurchToo·교회에서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하다.


이를 계기로 성경 속 여인들에 씌운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최근 출간된 ‘악녀들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6일 소개했다. 

이 책은 신학자들이 신약과 구약에 나오는 여성 14명의 행동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어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솔로몬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밧세바는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성범죄 피해자 중 하나다. 

목욕을 하다 다윗의 눈에 들었다고 언급된 밧세바는 ‘왕을 유혹하기 위해 옥상에서 목욕을 한 여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고고학적 분석에 따르면 밧세바는 건물에 둘러싸인 뜰에서 목욕을 했다. 

왕의 위치에서 볼 수 없는 곳이다. 


또 성경의 원어인 히브리어로 ‘목욕(bathing)’은 전신을 씻는 행위뿐만 아니라 손과 발을 씻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우리말 성경을 읽을 때도 고려할 만한 내용이다. 


관련 내용을 분석한 신학자 새라 보울러는 이 사건이 밧세바의 잘못이 아니라 유부녀를 훔쳐본 다윗의 호색한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요한복음 4장에 등장하는 ‘남편이 5명이었고 현재는 남편이 아닌 자와 살고 있는 사마리아 여인’도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해되는 요소가 많다. 


질병이나 살해 등으로 요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의 남편들이 예기치 않게 사망했을 확률이 높다. 


남자의 도움 없이 살아나가기 어려운 시대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와 살고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창녀’ ‘간통한 여성’이라는 묘사도 성경에 나오는 여성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악녀들을 위한 변명’은 미투 운동으로 연일 성폭력 피해자가 수면으로 드러나는 요즘 기독교인의 역할을 묻고 있다. 


밧세바 같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너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이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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