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성도 2000명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한인교회가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한 미국장로교(PCUSA)를 탈퇴하기 위해 128억원에 달하는 교회 건물을 포기했다. 

이 사건은 만일 한국교회가 언젠가 동성애를 용인했을 때 직면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교계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신앙 양심을 따른다”


미국 필그림교회(양춘길 목사·현 필그림선교교회)는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달 24일 뉴저지주 파라무스에 있는 1200만 달러(약 127억8360만원) 상당의 예배당 건물을 비우고 소속 교단(PCUSA)을 전격 탈퇴했다. 

PCUSA는 소속 회원교회 재산이 모두 노회와 총회 소유로 돼 있다. 


교회의 이 같은 선택은 미국 내 주요 교단들에까지 거세게 밀려드는 동성애 합법화 물결 속에서 “우리는 성경적 가치를 지키고 신앙 양심을 따르겠다”는 한인 목회자와 성도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양춘길(62)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도들의 기도와 땀으로 세워진 교회 건물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우리가 자유롭게 확신을 갖고 성경을 앞세우고 나아가려면 PCUSA의 지붕 밑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 목사는 “성경말씀에 ‘동성애는 죄’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는데, 죄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필그림교회가 소속됐던 PCUSA는 최근 몇 년 사이 친동성애 행보를 이어왔다.

2011년 동성애자도 안수받을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한 데 이어 2014년 제221차 총회에서는 결혼의 정의를 새로 규정하면서 결혼 주체를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두 사람’으로 변경했다. 

2015년 172개 노회 가운데 과반이 이 조항에 찬성하면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곧이어 PCUSA 교단본부 채플에서는 동성결혼식이 열리는가 하면 선교사무국 임시 사무총장에 동성애자가 임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 교회 성도 97% 교단 탈퇴 ‘YES’


참다못한 필그림교회는 2012년 9월부터 동부한미노회에 교단탈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출석교인 2000명으로 노회 내 최대 교회인 필그림교회의 탈퇴는 쉽지 않았다.

소속 노회는 ‘은혜로운 결별정책 준수’를 요구했고, 4년이 지나서야 ‘공동의회에서 활동교인 과반수가 참석하고 80%가 교단탈퇴를 찬성하면 정기노회에 교단관계 해소 안건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필그림교회는 2016년 10월 97%의 찬성으로 교단탈퇴를 결의했다. 

교회가 노회의 연간 운영비 30%를 책임지는 상황을 고려해, 향후 5년간 60만 달러를 노회에 지원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동부한미노회는 성도들의 뜻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다. 

‘필그림교회가 탈퇴하면 노회와 다른 한인교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탈퇴 안건을 부결시킨 것이다. 


교회는 PCUSA 재판국에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 미국 법정 “교회 소유권 노회에 있다”


이후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필그림교회는 지난해 8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인 복음언약장로교회(ECO)에 가입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최근 노회와 총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2일 뉴저지 버겐카운티 법정에서 교회 건물에 대한 가압류 명령이 내려지자 교회는 “더 이상 법적 소송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기로 했다”며 모든 재산을 내놓고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동부한미노회는 ‘필그림교회가 교단법을 어기고 PCUSA를 떠나는 것만이 성경적 가르침을 따르는 순수한 믿음인 것처럼 오도했다’는 입장이다. 


노회는 지난달 28일 교회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뉴저지 버겐카운티 법정은 필그림교회의 소유권이 노회에 있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교회의 모든 건물과 자산은 지난달 28일부터 동부한미노회의 통제를 받고 있다. 




◈ “진리 수호 위해 한국교회 함께 기도를”


교인들은 지난달 24일 예배를 마지막으로 15년간 사용하던 정든 예배당을 떠났다. 

주일마다 미국개혁교단 소속 페이스커뮤니티교회와 인근 중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한다. 

예배당은 450석 규모다. 법적으로 교회명도 사용할 수 없어 ‘필그림선교교회’로 개명했다.

양 목사는 “31일 옮긴 예배당에서 드린 첫 예배에 2200명이 출석했으며, 헌금도 배 이상 나왔다”면서 “주님께선 교회가 눈에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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