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일 (10월 2일 수요일) 
렐리에고스에서 레온까지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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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조용히 도미터리를 빠져나와 다이닝룸으로 갔다.
오늘은 레온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상의 가장 크고 중요한 도시이다.
레온을 향하면서 하나님의 영광과 부흥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기도한다.
새벽 5시 45분 신선한 기분으로 출발했다. 날은 흐리지만 비는 멈추었다.
"약 10여 Km 걸은 후에 작은 마을에 있는 카페에 도착하니 몇몇 아는 얼굴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있었다. 
 어제 종일 비를 맞고 걸어서 아침에 나오면서 오늘은 별을 보고 싶다고 기도하는 소망을 마음에 두었다가 금방 취소했다. 어떤 날씨이든지 그냥 감사로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더 내리면 판초를 써야지 했다. 계속 걷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빗방울은 벌써 멈춰있었다. 갑자기 남편이 '와~별 좀 봐라'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별잔치가 열려있었다. 참 감사했다. 하나님의 돌보심에...
주 도로를 따라 옆으로 걷는 지루한 길을 약 14km 정도 걸어야 레온에 도착한다. 
이런 길을 걸을 때는 참 힘들다. 
차들이 쌩쌩 우리 옆을 지난다. 
힘듬을 아는 남편이 다시 역사 이야기를 시작한다. 
줄리어스 시이저 이야기, 나폴레옹 이야기, 로마의 삼두정치 이야기, 나폴레옹이 러시아 정벌에서 실패한 이야기, 어느 작가 이야기등을 자세히 재미있게 이야기 해주었다. 걷는 길이 훨씬 쉬웠다.
후각이 많이 발달했나보다. 레온 시내 가까이오니 매연 냄새가 역겨웠다. 속히 걸어서 피하고 싶었다. 
도시에 들어올 때마다 힘듬을 느끼는데 오늘은 그래도 조금은 나은 것 같다. 
순례자들이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배려가 있는 것 같다. 마켓에 들릴 일이 있어 들어갔다 나오니 순례자들이 판초를 쓰고 걷고 있었다. 한차례 소나기가 있었나보다. 레온은 참 아름다운 도시이다. 구석 구석이 매력적이다. 
내일은 일찍 떠나지 않고 레온 성당의 내부를 본 다음에 한 11경에 레온을 떠날 예정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걸어온 덕분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
남편은 벌써 사역의 생각으로 들어간 것 같다. 주님 주의 종을 도우소서! " 
오후 1시 레온 시 중심부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벌써 많은 순례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하고 있다.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이틀 전 카리온에서 아킬레스건 감염으로 출발하지 못했던 양재오 형제이다. 
어느정도 나아져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한다. 앞으로 탈 없이 잘 걷기를 소원한다.
레온은 까스띠아 이 레온 주의 주도로  인구 30만 명 정도, 스페인 북부에서 가장 크고 활기찬 도시이다. 
BC1세기 로마군 주둔지에서부터 발전하였고 레온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Leon 지명도 군단(Legion)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로마, 서고트, 무어, 기독교 등 점령기를 거치면서 각 시대의 다양한 건축양식이 남겨졌다. 
건축적 역사적 유산들이 많다. 914년 에스파냐(스페인) 기독교의 수도로 명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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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교 목사 자작시]

순례기행2.JPG 

부흥

오 하나님, 하늘을 가르고 오시옵소서
바람과 구름과 불꽃으로오시옵소서
산을 진동시키시고 광야에 폭우를 내리시고
산림을 화염으로 태우소서

화려한 붉은 옷을 입고 위풍당당하게 오시는 분
원수를 포도즙틀 밟듯이 짓이기시는 분
원수에게 보이시고 행하셨던 위엄과 권능
당신의 백성을 향한 관심과 사랑은 어디있나이까

오 하나님, 주님은 우리 아버지시요
우리는 힘없는 진흙 주님은 토기장이이시니
주님 손으로 우리를 만드셨읍니다
우리를 굽어 살피시고 불쌍히 여기소서

무서운 심판 날 영광스런 주님의 날 오기 전
마지막 한번 구원의 날 은혜의 때를 주시옵소서
섬들이 주님을 찬양하고 열방이 기뻐 춤추며
세상 사람들이 무리가 되어 주님을 경배하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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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일 (10월 3일 목요일)
레온에서 비르헨까지 9Km

오늘 아침은 게으른 출발이다. 이 게으름은 나쁘지 않다. 
선한 게으름이다. 
선한 게으름을 느림이라고 하자. 
지난 21일 동안 거의 날마다 바쁜 마음으로 짐을 싸고 빠르게 출발 했다. 
레온에서 하루 더 지내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 젊은이들도 이 곳에서 하루를 더 지내고 간다고 한다. 레온은꽤 큰 도시로 역사적 건물등 볼거리도 많고, 젊은이들에게는 활력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우리도 레온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레온 대성당을 구경하기로 했다. 
성당을 구경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는 않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기로 했다. 9시 30분에 문을 연다. 
아침은 간략하게 빵과 커피로 대신했다. 
스페인은 여러종류의 맛 있는 빵이 발달되어 있다. 
한 잔의 커피를 신선하게 뽑아주는 커피 머신도 모든 Bar/Cafeteria에 설치되어 있다.
"오늘은 느긋하게 아침에 짐을 정리했다. 레온 성당 내부를 본 다음에 11시경 비르헨으로 갈 예정이다. 
많은 순례자들도 같은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말씀을 묵상한 후에 오늘은 걸으면서 어떤 은혜를 주실까 생각해본다. 
생장피드포르에서 함께 출발한 프랑스에서 온 들로러스 자매가 레온에서 순례의 길을 마치고 돌아간다. 
직장때문이다. 
유방암 투병을 하고있는 올케를 생각하며 이 길을 걷는다는 참 착한 자매이다.
 내년에 레온에서 시작해 산티아고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거의 같은 알베르게에 머물렀던 자매인데... 꼭 서로 안고 작별의 정을 나누었다. 
주님을 아는 자매이기에 더욱 감사하고, 같이 마치지 못해 서운하기도 하다.레온 성당에 들어가니 정말 아름다웠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하나라고 자랑한다. 
이 성당은 건축자가 하나하나를 지어갈 때 오직 하나님께 촛점을 맞추어지었다고 하는 설명을 들었다. 갑자기 그 곳에서 기도하고 싶어졌다. 
보통 성당에 들어가면 기도가 잘 나오지 않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레온 성당에서는 무소부재하시는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졌다.
 마음의 생각들과 여러 기도의 제목들을 아버지께 내어놓았다. 특별히 이 건축자가 마음에 품고 건축한 것처럼 우리도 오직 아버지께 촛점이 맞추어지는 삶을 건축할 수 있도록...  
레온을 뒤로하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레논의 변두리로 들어서는데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판초를 입고 다시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앞에서 걷고 있는 남편은 간간히 내가 잘 따라오는지 점검하고 다시 걷는다.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걷고있을까? 
주님과의 교제의 시간이려니 하고 뒤를 따라 걷는다. 한 두시간 정도 비가오더니 멈춘다. 힘들때 나 혼자서 "walk with Jesus" 라고 혼잣 말을 하면서 용기를 낸다."  <계속>






제23일 (10월 4일 금요일)
라 비르헨에서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까지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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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살표이야기
다시 일찍 짐을 싸고 밖은 아직도 캄캄한데 출발했다. 오늘은 순례자들이 두 경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에 따라 각각 다른 도시에 도착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120번 국도를 따라서 난 흙길을 선택했다. 
순례길을 따라가면 노란 화살표가 군데 군데 표시되어있다. 참 고마운 화살표이다. 
이 화살표를 따라 순례자는 한발 한발 내딛는다. 
그러면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스페인도 도시들이 공사가 있을 때가 많고, 고속도로 주위는 순례길을 돌아가게 해 놓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경우였다. 노란색으로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가는 것이 순례자가 하는 일이다. 
때때로 화살표가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면 잘못가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의 눈으로, 생각으로 판단하면 길을 잘못 들어서게 된다. 
한번 잘못들어서면 보통 한시간 정도는 잘 모르고 맞겠지하면서 가게된다. 
한 시간이면 순례자는 4-5km 정도를 걷는다.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 이미 8-10km를 걸은 것이다. 그러면 그 날은 약 30km정도를 걸어야 알베르게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순례자는 꼭 화살표를 믿고 따라가야한다. 
나는 많이 기도했다. 왜냐하면 잘못 들어서서 다시 걸어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기도하면서 인도하심을 구하고 화살표를 믿고 마음에는 의심이 있어도 묵묵히 갔다. 
바른 길을 찾아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에 잘 도착했다.
 나중에 만난 뉴질랜드에서 온 순례자 John은 약 1시간 15분을 헤맸다고 하면서 아내 Gale은 완전히 지쳐있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인생의 화살표가 성경 구석 구석에 표시되어있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것 같고, 어떨 때는 내가 생각하는 방법이 훨씬 낫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서 성급한결론을 내리고 일을 시행하지만 결과는 쓴 열매를 먹을 때가 많다. 
우리는 특별히 예수님이라는 강력한 화살표를 갖고있다. 
그 분을 항상 묵상하고 그 분의 생각이 무엇일까? 
그 분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분명하게 보인다. 
순례자가 화살표를 따라가지 않으면 앞서간 순례자들이 걸었던 땅을 밞으며 묵상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칠뿐더러 목적지도 한참을 헤맨 후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도착할 수가 있다. 
험한 인생길에 확실한 화살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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