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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쾌 장로





큰 마트앞에서 자선냄비에 지폐 몇장을 넣고 돌아서는 히스패닉계의 한 할머니와 살짝 마주쳤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서 저의 글로는 표한할 수 없는 그 어떤 행복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자선냄비를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으니 분명 한해가 저물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연말연시는 해마다 다가오고 또 지나가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그때마다 분주하다 못해 들뜬 분위기 같습니다.


한해동안 이런일 저런일로 신세를 졌거나 도움을 주셨던 분들을 생각하며 고마움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도 합니다.


또 일년동안 우편물을 날라다준 집배원아저씨, 한주에 한번씩 쓰레기를 치워가는 미화원 아저씨, 앞·뒷마당 청소해 주는 아저씨 등등...


모두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분들이지요.


거기에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또 다가오는 해를 맞이하는 송년·신년 모임은 얼마나 많습니까?


이게다 우리들을 분주하고 한편 들뜨게 만드는 연말연시의 관습이죠.


그러나 이런 연말연시가 되면 날씨보다 마음이 더 추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형편때문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죠.


가난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직장을 잃어 절망속에 연말을 보내야 할 사람, 또 해가 가기전에 해결해야 할 일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사람, 왕래가 더욱 잦아지는 연말연시에 병상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는 사람 등등...


우리들이 주변으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어려운 이웃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도 기사를 훑어가다 보니 쌀쌀한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풍경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라면상자와 떡국떡 상자 등 수십상자씩을 동네 어려운 이웃을 위해 8년간이나 아무도 모르게 동사무소 앞에 싸놓고 간 사람...


가난한 달동네에서 진행되는 사랑의 연탄배달...


남루한 옷차림이었지만 뭉칫돈을 자선냄비속에 넣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진 중년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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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경기가 좋고 살기가 태평성대 같아서 기부가 많고 이웃을 돕는 손길이 많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형편이 결코 넉넉하진 못해도 그래도 우리보다 더 어려울것 같은 이웃을 생각해야만 손을 내밀어 줄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막내딸이 하루는 우리 부부에게 말합니다.


"우리 친구들끼리 올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받는 대신 그 돈을 같이 모아 『홈리스 피플』을 돕는데 사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고 합니다.


정말 잘 생각한 일이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늘 지나다니며 보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호주머니를 털어보자고 의기 투합한 막내딸 친구들이 대견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똑같은 겨울 똑같은 연말연시를 맞이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의 연말연시는 더춥고 외로울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가진 것은 적지만 찾아보면 나눌것은 많습니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그 작은것 위에 따뜻하고 사랑이 담긴 위로의 말과 함께라면 그 의미는 어찌 무게와 양으로 잴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작은 정성과 사랑이 추운 겨울을 조금은 녹일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자는 궁핍하지 아니하려니와..." (잠언 28장 27절).


마트 앞에서 살짝 마주쳤던 할머니의 그 주름진 얼굴에서 행복스런 모습이 자꾸 크로즈업 됩니다.

 <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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