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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형록 팀하스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두란노서원에서 고 하용조 목사 사진 액자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하 회장은 존경하는 하 목사 포즈를 따라 팔짱을 꼈다.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로 꼽는 세계적인 주차빌딩 건축설계회사 ‘팀하스(TimHaahs)’의 하형록(57) 회장. 


그는 두 번의 심장이식 수술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크리스천 CEO다. 


버락 오바마 정부 국립건축위원회 자문이사인 하 회장은 10여개 구호단체 이사로 활동하며 ‘성경대로 비즈니스할 수 있음’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남의 심장을 달고 20여년간 회사를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의 기업을 세워가시는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하 회장은 매일 샤워할 때마다 ‘목걸이’(심장이식을 받은 사람임을 알리는 표식)를 보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되새긴다. 


하 회장은 주님의 축복을 원한다면 이웃을 돕는 회사가 되라고 권한다. 


하 회장은 목회자인 부모님의 헌신으로 부산 한센병 환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1969년, 선교사의 도움으로 온 가족이 미국 필라델피아로 가게 됐다. 

명문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동대학원 건축학과를 나온 하 회장은 그후 최고의 주차빌딩 건축설계 회사인 워커사에 입사해 29세 나이에 중역 자리에 올라 일찌감치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부산 한센병 환자촌서 

태어나 자란 아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두란노서원에서 하 회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에 펴낸 ‘성경대로 비즈니스하기 P31’(두란노)을 내밀었다. 


곱고 가지런한 은발에 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하 회장 얼굴엔 하늘의 미소가 가득했다. 

점심식사 후라 하 회장은 약 봉지를 꺼냈다.


큼지막한 왼손을 오므린 손바닥엔 각종 알약이 넘칠 정도였다. 

하 회장은 마치 견과류를 먹듯 알약을 한참 동안 깨물어 먹었다. 


매 끼니 후 잊지 않고 약을 복용해야 심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개 심장이식을 받은 사람은 10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첫 번째 이식한 심장은 6년을 넘기지 못했다. 


99년에는 다행히 건강한 심장을 이식받아 이제까지 건강하게 잘 버티고 있다. 

미국 의료체계상 심장이식은 두 번까지만 할 수 있다. 


지금 달고 있는 심장이 멎으면 하늘나라로 떠날 수밖에 없지만 두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심장은 벌써 15년이 넘었다. 


사람들은 ‘이민자가 미국의 유명 회사에서 파격적인 승진과 성공을 하게 된 비결’을 알고 싶어 했다. 


그가 밝힌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사가 10개 하라고 하면 11개를 하는 식이었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어린시절 한센병 환자촌에서 살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차별과 질시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는 두둑한 배짱으로 미국인을 제치고 승승장구하게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991년 가을, 뉴욕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 위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와 상관없이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겁 없는 철부지 청년을 주저앉혔다. 

담당 의사는 임시방편으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심박조율기를 몸 안에 넣는 수술을 해 주었다. 

그러나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심장이식 수술 외에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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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하스가 설계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랜드마크 링컨로드 주차장 

빌딩. 팀하스 제공



죽음 앞에서 만난 

하나님 기업의 비밀 


병원은 광야였다. 


의식이 깨어 있는 모든 시간에 성경을 읽고 또 읽었다.  

주석까지 읽는 것을 포함해 세 번 통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전엔 무심히 넘겼던 말씀이 마음에 꽂혔다.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 22:39) 평소엔 목사, 자선단체, 선교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나니 “한 번만 살려주시면 자선 사업에 목숨 걸고 헌신하겠다”는 다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던 중 1993년 1월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얼마나 더 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건강한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옆 병실 환자에게 양보하고 난 뒤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는 40대의 심장을 선택했다. 


의료진도 이해할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그는 감사하게 받았다.  


“그는 곤고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잠 31:20) 이 말씀은 그가 수술 후 집으로 돌아온 뒤 죽음 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가슴을 뜨겁게 만든 말씀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돌아오라고 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지 1년 만에 창고로 쓰는 작은 공간에 사무실을 열고 자신의 미국식 이름 ‘티모시 하’를 상징하는 ‘팀하스’라는 주차장 건설 설계 회사를 세웠다.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We exist to help those in need)라는 경영철학도 만들었다. 


이 정신은 바로 잠언 31장 20절에서 따온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남은 수익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라는 뜻이다. 


2009년 국제 금융위기가 미국사회를 엄습했을 때였다. 


당시 미국경제가 매우 어려울 때라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해도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다. 

팀하스 직원들은 회사에 계속 남아 일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하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신앙이 있든 없든 기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일거리를 달라고 기도해주십시오. 나는 이 불경기가 끝나면 우리가 이 상황을 하나님의 힘으로 이겨냈다고 고백할 테니 간증거리를 달라고 기도할 것입니다."


그로부터 딱 한 달 뒤 생각지도 못한 일거리가 생겼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의 6000대 규모 주차빌딩 등 4개의 대규모 설계 의뢰를 받은 것이다. 


대량 해고 위기는 그렇게 비켜갔다. 


사랑의 렌즈로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하 회장은 '인애(仁愛)'는 흔한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성경은 지혜와 인애를 분명히 구분해 말하고 있는데, 지혜를 선포하되 혀로는 항상 인애의 법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혜와 인애를 말할 수 있을까. 


하 회장은 특히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성경적으로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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