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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형주 기자



이스라엘 초막절이 마무리되면서,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 권한을 다시 리블린 대통령에게 반납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23일 저녁 청백당 대표 간츠에게 연정 구성 권한을 정식으로 부여하게 되고, 간츠는 권한을 받은 후 28일 안에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스라엘 역사상 정부를 구성하는 데에 실패한 것은 2008년이 처음이다.


구성 권한을 먼저 부여 받았던 노동당 대표 찌비 리브니가 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이후 네타냐후가 중도우파 정당 리더로 정부 구성에 성공해 10년이 넘게 총리로서의 자리를 굳혀 왔다.


역사상 두 번째 연정 구성 실패는 올해 4월 9일 총선 때이다.


이 때에는 네타냐후가 연정 구성에 실패한 후, 라이벌 정당 대표인 간츠가 연정 구성 권한을 얻지 못하도록 국회를 해산시켜 9월 17일 재총선을 치르게 됐다.


재총선 결과, 간츠의 청백당이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보다 의석을 1석 더 많이 차지했지만, 리블린 대통령은 네타냐후가 정부를 형성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 네타냐후에게 먼저 연정 구성권을 부여했던 것이다.


네타냐후에게 연정을 구성할 28일의 기간이 주어졌었지만, 최후 방법이었던 청백당과의 국민통합정부 협상에 결국 실패하면서, 21일 화요일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권을 반납하게 됐다.


간츠가 네타냐후에 뒤이어 연정 구성권을 부여받고 28일의 시간을 갖게 됐지만, 정부 구성에 성공할 확률은 여전히 없다.


간츠는 선거 초반부터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과는 통합정부를 이루지 않을 것과, 극우정당들을 정부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리쿠드당은 네타냐후와 극우 정당들을 제외한 정부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을 고집하고 있다.
현재 간츠 앞에 놓여있는 옵션은 고집을 버리고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통합정부를 이루든지,소수정당들과 함께 ‘마이너리티 정부’를 이루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정부’라 함은 청백당이 아랍연합정당, 좌파정당과 함께 56석으로,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의석을 차지한 채 정부를 꾸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을 경우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현실상 국회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이스라엘 시민 대부분이 중도우파 성향을 가진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정치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하기에 간츠에게는 어려운 선택이다.


마지막 옵션은 연정 구성 실패를 인정하고, 리블린 대통령에게 구성권을 다시 넘기는 것이다.


간츠가 리블린 대통령에게 구성권을 다시 넘길 경우, 리블린 대통령에게는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61명 이상의 추천을 받는 사람에게 구성권을 넘겨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61명 이상의 추천을 받는 제3자가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결국 3차 총선을 치르게 되는데 이스라엘 건국 이래 일 년에 3번의 총선을 치르는 것은 처음 있게 되는 일이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국무총리로 기록을 세웠다.


간츠가 만약에 국무총리가 되면 어떠한 정치 경력도 없이, 정치계에 입문한 지 10개월 만에 국무총리가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가장 노련한 정치인’과 ‘정치를 모르는 루키’와의 대결 구도는 그동안 네타냐후에게 불만을 품어온 많은 사람들의 여론이 낳은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네타냐후의 정치적 탁월함은 인정하고 있으나, 장기 집권 체제에 대한 불만과 여론이 거세져 왔다.


시민들이 가장 큰 우려로써 ‘안보'를 꼽고 있을 때, 과거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었던 간츠와 또 다른 군출신 모쉐 야알론과의 청백당 합당은 그런 우려를 잠식시키는 일이었다.


비리 혐의와 수사에 관련되어 있는 네타냐후에게 총리 자리는 더이상 ‘정권’을 유지하기 위함보다는, ‘국무총리에게 주어지는 면책권’을 사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고 있다.


네타냐후의 비리 수사를 이끌고 있는 법무부 장관 아비하이 만델블릿의 결정이 총선 혼돈에서 이스라엘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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