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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구로구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에서 만난 김선옥 목사. 그는 17년 동안 가출한 청소녀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우는자들과 함께 울라" (롬12:15).


한국교회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곳곳에선 고난에 처한 사람을 위로하고 슬픔에 빠진 사람과 함께 울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이름도 빛도 없이 묵묵하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제자들이다. 

술만 마시면 가족을 폭행한 아버지가 무서워 가출한 A양(19). 


비슷한 처지의 가출 청소년들과 어울리다 3년 전 임신과 낙태를 경험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A양은 우연히 온라인 상담 사이트에서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를 알게 됐고 2013년 쉼터에 입소했다. 


비로소 안정을 찾은 A양은 2년 만에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쳤고 자격증도 여러 개 땄다. 

최근엔 바리스타를 꿈꾸며 직업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가 의붓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B양(19)은 가정 형편까지 어려워지자 꿈을 포기하고 가출했다. 


한 남자를 만나 교제하는 동안 B양은 더 큰 상처만 받았다. 4개월 동안 감금당했고 급기야 낙태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 쉼터에 온 뒤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B양은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에서 변화된 청소녀들 이야기다. 


‘함께가는 감리교여성회’(현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는 거리에서 방황하 청소녀들이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1998년 1월 이 쉼터를 설립했다. 


지난 17년 동안 쉼터를 거쳐간 청소녀들은 무려 1500명을 넘는다.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는 지난 5월 한국기독교가정협회로부터 ‘가정평화상’을 수상했다. 


17년간 가출한 청소녀들의 ‘엄마’로 살고 있는 쉼터 대표 김선옥(56) 목사를 최근 쉼터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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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대한감리회 여선교회 전국연합회가 작년 성탄예배에서 후원금을 모아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의 어머니 김선옥 목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 청소녀들 '일대일 사랑' 

속에서 상처 치유


A양이나 B양처럼 상처가 깊은 청소녀들이 쉼터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이유는 뭘까. 

김 목사는 “일대일로 보살피며 집중적인 사랑을 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우리 쉼터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개별 프로그램과 상담과정이 많습니다. 

엄마가 딸을 키우듯이 아이들이 힘들 때마다 바로 상담에 들어가고 밖에서 영화를 보는 등 개인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현재 쉼터엔 김 목사 등 6명의 직원이 청소녀 10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쉼터는 가출한 청소녀들을 보호할 뿐 아니라 이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상담 교육 직업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99년 4월에는 새날교회를 설립해 청소녀들이 공동체 안에서 교제하며 신앙생활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쉼터가 2009년 설립한 ‘늘푸른자립학교’는 청소녀의 맞춤형 교육을 위한 1년 과정의 대안학교다. 

2013년 1월 세운 인턴십센터 ‘새날에 오면’은 청소녀들에게 단계별 인턴십 활동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사회와 소통하며 자립심을 기르도록 한다. 


내년에는 서울시 후원으로 늘푸른자립학교와 인턴십센터의 역할을 함께 감당하는 ‘십대여성 자립지원센터 새날’(가칭)을 열어 청소녀들의 자립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2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돈이 없어 나쁜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한국교회와 사회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역에 헌신


김 목사는 감신대 1학년이던 79년 성경에서 세리와 창녀, 환우들의 친구가 돼 주신 예수님의 사역을 보면서 자신의 소명을 깨달았다. 


“예수님은 연약한 자들의 구원을 막고 있는 질병, 외로움 등의 고난을 해결해 주시면서 이들을 진정한 구원의 길로 인도하셨죠. 

다양한 목회 방향이 있지만 제 역할은 사람들을 가로 막고 있는 돌멩이를 걷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 목사는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위해 79년부터 서울 사당동 판자촌 등에서 빈민사역 등을 해왔다. 

전도사로서 주님과 이웃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가 늘 사역으로 바쁘셨기 때문에 저는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방황의 시기가 있었지만 어머니의 삶은 결국 저한테 플러스가 되었죠. 


엄마가 청소녀들을 돌보느라 엄마 사랑을 못 받는다고 제 딸이 서운해 하지만 하나님이 저처럼 우리 딸도 지켜주실 것이라고 확신해요.” 


김 목사는 “쉼터에서 많은 친구들이 바람직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구원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다”며 “청소녀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회복돼 잘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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