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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에 온 북한의 성경전서와 찬송가. 왼쪽부터 2010년에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발행한 찬송가와 1990년에 펴낸 신·구약 합본 ‘성경전서’. 오른쪽은 조그련이 만든 성경전서의 모판으로 삼은 공동번역성서(1982년 발행·28쇄). 앞에 펼쳐진 것은 조그련이 2010년 4월 15일에 발행한 성경전서다.



북한에도 성경이 있다. 
다만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중앙위원회가 만든 ‘성경전서’가 유일하다.

 북한은 1983년과 이듬해에 신약과 구약전서, 찬송가를 각각 1만부씩 출판했다. 

남한의 개신교와 가톨릭이 함께 만든 공동번역성서(1977년)를 모판으로 했다. 

신·구약 합본 출판은 1990년 4월 처음 나왔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을 전후에 1만권을 발행했다. 

이후 2010년 4월 15일에 1만권을 또 발간했다. 

이 때 기존 성경전서의 편집 형태와 제본 형태만 바꿔 만든 5000권도 찍었다. 
단순 계산으로 현재 북한에는 3만5000권의 성경이 있는 셈이다. 

제570돌 한글날을 앞두고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북한이 만든 ‘성경전서’의 특징을 살펴봤다. 


북한에 오직 하나 뿐인 
"성경전서"

85년에 북한이 만든 성경책을 처음 봤다는 대한성서공회 전 총무 민영진(76)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민영진 박사의 수요성경공부’ 하반기 첫 강의를 마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각당복지재단에서 만난 민 박사는 31년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우리의 공동번역성서를 북한어투로 고친 ‘평양교정본’이었지만 아주 정교하게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치적으로 민감한 어휘를 일일이 추려내 다른 말로 바꾸는 치밀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말 문법에 익숙한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더군요.”

민 박사는 2002년 일본에서 만난 강영섭(2012년 작고) 당시 조그련 중앙위원장으로부터 북한 성경 교정을 주도한 사람이 이영태라는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

이영태는 한국 이름 이눌서(李訥瑞·레이놀즈) 선교사의 조수로 일하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인물이다. 

민 박사의 놀라운 증언이 이어졌다. 

1866년에 제너럴 셔먼호를 타고 대동강을 통해 평양을 잠입하려다가 대동강변에서 우리 쪽 방어군에게 순교를 당한 토마스 목사에게 성경을 받고 기독교인이 된 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의 조카가 바로 이영태였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성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민 박사가 강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얘기에 의하면 2002년 기준 북한의 교인은 1만여명, 목사 50여명, 개신교회가 2곳, 가톨릭성당 1곳, 집에서 모이는 가정교회가 500여 곳이다.

이와 별도로 북한 선교단체 모퉁이돌선교회가 밝힌 자료를 보면 광복 전 북한에는 3089개 교회가 있었다. 

하지만 공산화 되면서 다 사라지고 2곳 밖에 없다. 지하교회 형태로 유지되는 것이 1683곳(2015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성경 읽고 탈북, 
목사가 된 정치장교 

98년 10월에 탈북, 서울에 온 정치장교 출신 심주일(66) 목사는 “주체 사상은 성경을 표절해 만든 것이 확실하다”면서 “북한 노동당이 성경에서 인간만을 훔쳐가지 않고 하나님까지 모셔갔더라면 오늘의 북한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심 목사는 경기도 부천에서 창조교회를 담임하면서 모퉁이돌선교회와 함께 10년 째 북한에 성경보내기를 주도하고 있다. 

또 제주극동방송을 통해 대북한 단파 선교방송도 하고 있다. 

심 목사는 지난 주 조그련이 26년 전에 발간한 갈색 표지의 ‘성경전서’를 보여줬다. 

북한에 있을 때는 못 본 것으로 2002년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재학 때 구한 것이라 했다. 

이 성경은 구약 1884쪽, 신약 589쪽. 겉표지 위쪽으로 ‘성경전서’라고 가로로 적혀있고, 아랫쪽엔 ‘조선기독교도련맹중앙위원회’가 명시돼 있다. 

책 등 표지에는 책이름 ‘성경전서’가 세로로 적혀 있는 것 외에는 다른 기록은 없다.

표제지를 넘기면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 39개의 일련번호가 붙어 있는 차례가 나온다.

83년과 84년에 발행한 신약과 구약을 그대로 묶은 것으로 본문은 통단 가로쓰기다. 

각 쪽 위 오른쪽(혹은 왼쪽) 모퉁이에 책 이름과 장 번호가 나온다. 

각 행마다 31행, 33자 안팎으로 돼있다. 장 표시는 고딕체를 썼고 ‘장’이란 글자를 넣었다. 

절이 시작되는 부분에 아라비아 숫자를 괄호에 넣어 표시했다. 
구약이 끝나는 1884쪽 다음엔 ‘신약전서’가 나온다. 

이 성경전서는 1만부를 한정해 찍은 것으로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등에 제한적으로 배포됐다. 
국내에는 숭실대박물관이 녹색 성경전서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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