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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근 나섬교회 목사(앞줄 가운데)와 뉴라이프 동대문 선교회 회원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을지로 44실에 형성돼 있는 '몽골타운'일대를 탐방하고 있다.

 

“동대문이 땅끝이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장동 나섬교회(유해근 목사) 지하 예배당.
선교회 창립예배에 참석한 회원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이날 출범한 ‘뉴라이프 동대문선교회’는 기존 선교회와 비교하면 태동과 활동지역, 사역 방향이 조금 특별하다.


은퇴 후 선교 비전을 품고 새 삶(뉴라이프)을 시작하는 평신도들이 ‘동대문’ 지역을 타깃으로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실천하는 단체(선교회)다.


“우리 인생의 끝은 아무도 몰라요. 오직 하나님만 아십니다.
그렇기에 우리 맘대로 은퇴할 수는 없습니다.
모세의 황금기는 80세부터 시작됐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로 쓰시기 시작한 때입니다….”

 

시력을 잃어 앞을 못보는 유 목사의 열정적인 설교에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저곳서 “아멘” 소리도 들렸다.


20여명의 동대문선교회 창립 멤버의 연령은 50대 이상이며 70대도 있다.
경력도 교사와 은행원, 군인, 방송국 임원, 주부 등 다양하다.


이들은 선교회 창립에 앞서 나섬교회 측에서 마련한 10주 과정의 선교훈련 프로그램인 ‘뉴라이프 비전 스쿨’을 수료한 ‘준비된 선교사’들이다.


그런데 선교지가 왜 동대문일까.


20일 오후 유 목사를 비롯해 선교회 회원들과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울 광희동 을지로 44길. 일명 ‘몽골타운’으로 불리는 이 골목은 평일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몽골인과 중앙아시아 계열의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몽골인 전용 식당과 택배·환전 업체 등이 줄지어 있고, 건물 벽은 몽골어 간판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골목 밖으로 나서자 중국인과 일본인, 러시아인들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갈 정도로 외국인 세상이었다.


“동대문시장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이 하루평균 7000명에 달하는 지역이에요.
관광객과 해외 바이어들, 주변 상가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외국인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이곳이야말로 세계 선교의 최전선 ‘땅끝’ 아닌가요?”

유 목사의 말이다.


선교회는 이달 말까지 기도회와 현장 탐방 등을 통한 막바지 준비를 거친 뒤 다음달부터 매주 한 차례 이상 선교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길거리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방식은 ‘노(No)’다. 선교회 담당 한순옥 목사는 “이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관광객들이 필요로 하는 상담이나 침술 같은 의료봉사 등 간단한 도움 제공을 통해 다가갈 계획”이라며 “선교 회원들이 지닌 다양한 경력과 은사도 차츰 활용해 복음 전파에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회 초대 회장을 맡은 백발의 강대신(76·영락교회) 집사는 “이 나이에도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면서 “정말 ‘뉴라이프(새삶)’를 열어가는 마음으로 사역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7월 은행에서 퇴직한 이인석(59) 집사는 “5년 정도 베트남 하노이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이들을 하나님께 인도하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고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선교회는 향후 동대문상가의 기독 신우회나 인근 교회 선교회와 함께 연대활동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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