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 소유하지 않기 등 대안적 방법 찾은 교회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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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제자교회. 이 교회의 교인 20명은 최근 교회를 건축할 당시 빚을 냈던 250억 원에 대해 개인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리한 교회 건축이 불러온 역효과로 교인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횡령 혐의로 목회자가 구속된 서울 목동 제자교회. 이 교회가 최근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빚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인 은행측은 교회는 물론, 250억에 대해 연대보증을 선 20명의 장로들에게까지 개인재산을 압류하겠다고 통보했다.
교회가 빚을 내 무리하게 건축을 한 뒤 분쟁이 일어나 부채를 갚지 못하면서 생긴 일이다.
위기를 극복하길 바라지만, 만일 경매에 넘어간다면 사회에 덕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보증을 선 교인들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교회 건축을 하더라도 우리 교회에 적정한 크기와, 또 교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는 어느 정돈지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무리한 교회 건축의 한 대안으로 최근 아예 교회 건물을 짓지 않고, 예배당을 빌려 쓰는 교회도 많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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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서교회와 뿌리깊은교회 등은 건물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관에 넣었다. 교회 건물을 갖지 않겠다는 운동이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지만, 무리한 건축에 뛰어드는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릴만하다.


너머서교회와 동네작은교회, 뿌리깊은교회 등은 아예 처음부터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교회 정관에 넣었다.
이런 교회들은 1~2년에 한 번꼴로 예배 장소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주중 교회 모임을 할 장소가 없어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으면 불편한 점도 많지만, 이런 교회들은 오히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안해용 목사(너머서교회)는 "예배 장소를 구하는 과정에서 교인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이런 일들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교회 건물을 지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회도 있고, 또 지역 사회의 문화행사 등을 위해 본당을 내어주는 교회도 있다.
이정구 교수(성공회대)는 "건물을 지어놓고 교인들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교회가 아니라, 혐오 시설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유난히 대형 건물에 집착하는 한국교회의 특성상 무리한 건축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의 예처럼 목회자나 교인들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또 교인수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빚 보증까지 서가며 무리하게 교회를 건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교회를 크게 세우면 성장한다는 판단은 이제 설자리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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