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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과 갈등을 겪던 30대 초반의 이모씨는 구역 모임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성도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런데 부부문제를 털어놓은 뒤 혼란에 빠졌다. 구역장이 “아기가 없을 때 헤어지는 게 좋겠다”며 오히려 이혼을 부추긴 것이다. 


알고 보니 구역장 역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이씨는 결국 가정사역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상담을 요청했다.



#2 50대의 김모 권사는 남편과의 불화로 우울증을 겪었다. 

교회에선 소문이 날까봐 이 같은 고민을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김 권사 역시 기독교 전문 상담기관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사례처럼 가정내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도 교회에 마땅한 가정사역기관이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성도들이 많다. 


이에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는 최근 ‘한국교회 가정사역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위기를 겪는 가정을 위해 전문적으로 가정사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패밀리는 지난 6월 전국 603개 교회의 교역자 603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에서의 가정사역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가정·상담사역’을 교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역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목양사역(22%) 국내·해외선교(9%) 기타(8%) 복지·구제사역(6%) 호스피스사역(2%)이 뒤를 이었다.


가정사역이 필요한 이유로는 ‘가정이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하기 때문’(41%) ‘어려움을 겪거나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갈수록 늘기 때문’(39%) ‘설교나 성경공부 만으로는 가정이 변화되지 않기 때문’(1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처럼 가정사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에도 전문적인 사역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가정사역자를 초청해 여는 일회성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응답자들은 교회의 가정사역 형태로 ‘가정의 달 일회성 캠페인이나 행사’(25%) ‘전문 가정사역자 초청 발달단계별 연속적 워크숍’(20%) ‘가정사역자 초청 일회성 특강’(13%) ‘전 교인 대상 가정사역자 초청 부흥집회’(10%)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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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가정사역이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교회 내 가정사역 전문가 부재’(34%)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17%) ‘전도, 심방, 설교 등 감당할 사역이 너무 많아서’(16%) 등으로 나타났다.


김향숙 공동대표는 교회에서 가정사역을 하기 위해선 ‘조직(가정사역위원회)’ ‘콘텐츠’ ‘강사’ 등의 3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 요소 중 아무 것도 구비돼 있지 않을 땐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위탁형’, 조직만 있을 경우 콘텐츠와 강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협력형’, 3요소가 모두 있으면 자체 시행이 가능한 ‘자립형’으로 운영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위탁형이라도 장기 플랜을 갖고 3요소를 준비해야 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가정사역자를 키울 수 있다”며 “교회에서 가정사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사람을 키우면 가정사역을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교회에서 영적 어머니 역할을 하는 사모를 가정사역자로 세우는 것도 대안”이라며 “사모들이 전문적 공부를 통해 가정사역자로 세워지면 그들이 회복될 뿐 아니라 교회도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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