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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우 원동주공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2일 강원도 원주시 무실로 원동주공아파트 주변 상인들에게 하나님의교회의 실체를 설명하고 있다.



22일 강원도 원주시 무실로 원동주공아파트. 


정문에 들어서자 플래카드에 적힌 ‘1988, 1999, 2012 휴거종말 사건에 대해 사죄하라’ ‘가정 파괴의 주범 하나님의교회는 원주를 떠나라’는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980세대가 평온하게 살던 이곳 원동주공아파트가 술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아파트 정문 바로 옆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강원지역본부 건물에 시한부 종말론 집단인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가 입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그해 12월 건물 용도변경과 증축에 반대하는 주민 624명의 서명을 받아 원주시에 제출했다. 


이어 지난 1월 2차로 1872명, 4월 3차로 7022명의 반대서명을 제출했다.


주민들이 이처럼 격렬하게 반발하자 원주시는 지난 5월 하나님의교회 측이 제출한 신청서를 반려했다. 


그러자 하나님의교회는 ‘반사회적 종교집단’으로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나님의교회 신도로 추정되는 이들이 시청과 주민센터에 하루 평균 5만∼6만통의 항의전화를 걸어 업무를 마비시켰다. 


일부 신도는 매일 시장실과 주민센터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1개월 넘게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이 매일 무더기로 항의전화를 걸어와 민원전화는 받지도 못했다. 


‘전화폭탄’ 때문에 민원부서의 업무차질이 크다”면서 “신도들이 시장실 앞에서도 침묵시위를 1개월 넘게 벌였다”고 설명했다.


하나님의교회는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거리홍보와 서명작업도 벌이고 있다. 


원동주공아파트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이모(53·여)씨는 “하나님의교회가 농촌 어르신들을 상대로 ‘교회가 LH건물을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이웃초청잔치, 문화체험의 공간으로 만들려 하는 데 시장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얼마 전 딸 친구에게까지 하나님의교회가 접근했다는 얘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면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원주를 떠날 때가 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했다”고 토로했다. 


주변 W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매물을 찾는 손님마다 하나님의교회가 정말 들어오는지 물어본다”면서 “하나님의교회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날도 하나님의교회 여신도들은 원주시청, 원인동 주민자치센터, 시외버스터미널, 원주의료원 사거리, 남부시장, 구 LH건물 등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있었다. 


유인물은 하나님의교회를 소개한 동아일보 광고특집과 월간조선, 크리스챤신문, 뉴스한국 기사였다.


특히 크리스챤신문과 뉴스한국에는 ‘하나님의교회가 국민일보를 상대로 한 반론보도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다’고 보도돼 있었다. 


하나님의교회는 국민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6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100% 패소했다. 그런데 일부 반론보도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을 전체 소송에서 승소한 것처럼 포장해 시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구 LH건물 앞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있던 한 여신도는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반론보도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심지어 ‘하나님의교회가 1988년, 1999년, 2012년 시한부 종말론을 외쳤다’는 대법원 판결문 내용조차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님의교회는 시한부 종말론을 외친 적이 없고 이혼·가출·아동학대도 없다”면서 “여기 크리스챤신문과 뉴스한국 기사에 잘 나와 있다. 


대법원에서 패소한 쪽은 국민일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역장으로 보이는 다른 여신도도 “우리는 크리스챤신문과 뉴스한국 기사를 믿는다”면서 “국민일보가 패소하고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고집했다. 


비대위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과 지난 12일 잇따라 시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지난 7일에는 시청 앞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시위도 가졌다. 


비대위는 지난달 24일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이 ‘어머니 하나님’으로 추앙하는 장길자(73) 교주와 김주철 총회장을 특수공무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동우(61) 비대위원장은 “사이비 종교집단과의 싸움은 이제 우리 아파트를 넘어 33만 원주시민들 전체의 전쟁이 됐다”면서 “원주시민과 함께 사이비 종교집단으로부터 내 아내와 자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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