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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읍에 있는 한 교회 앞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심정과 신앙적 고민이 담겨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교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평화의 왕 예수그리스도는 영원히 우리 안에 살아 계신다. 


그러나 평화를 짓밟으려는 적그리스도 북한이 실재하고, 그 실재로 인해 우리는 평화를 위협 받고, 고통 속에 놓여 있다.


대개의 크리스천은 사드 배치 문제를 예수 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실재하는 악을 물리칠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한다. 


사드 배치 문제에 긍정적 자세를 취하는 크리스천이 많은 이유다.


그렇다고 그 방어체계인 사드가 자기 고장에 배치되는 경북 성주의 호소를 외면할 수도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히 너희와 함께 하신다'고 했으므로 '그 땅의 그들에게'도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임마누엘 하나님, 즉 '하나님의 도우심'은 어디든 형평하다. 


당장 오늘이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그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실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평화를 위한 고통을 이겨내는 성주 크리스천들을 만나 그들의 기도 소리를 들어봤다.


성주중앙교회 구성우(61)장로는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된 경북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에 도시로 나가지 않고 가업을 이어 받았다. 아내 박태순(58·성주중앙교회) 권사와 함께 참외농사에 매달려오길 꼬박 40여년, 인생의 7할이 참외농사다.


구 장로를 지난 17일 성주중앙교회에서 만났다. 구 장로는 지난 주말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나갔다고 얘기했다. 난생 처음 집회 참석이었다.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사드 성주군 배치 결사반대’를 외쳤다. 


TV뉴스에서나 봐왔던 일을 자신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믿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격렬한 시위에 참여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지난해 수입과일이 늘어나고 박스값, 비료값 등이 오르면서 우리 고장의 참외농사 수입이 25% 정도 감소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지다니…. 평화로운 공동체에 폭탄이 던져진 꼴입니다…(잠시 침묵). 


나라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구하고 있지요. 이번 일이 잘 해결됐으면 합니다.” 



평화로운 마을에 

폭탄이 던져진 꼴


경상북도와 성주군 등에 따르면 이 지역 특산물인 ‘성주참외’는 전국 유통 참외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성주군은 참외작물 하나로 지난해 402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성주 농가 수의 56%인 4224가구가 참외재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주 주민들이 이번 사드배치 결정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드 배치가 발표된 이후 참외가 전자파의 영향을 받아 먹는 사람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괴담이 나돌면서 ‘공든 탑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주민 사이에 일고 있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등을 통해 ‘사드 참외 먹어도 되나’ ‘전자파 먹고 자란 참외 사세요’ 등 성주참외를 비꼬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 권사는 “참외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준, 보물처럼 귀한 것이다. 


사드의 안정성이 검증되더라도 소비자 불신이 청정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져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주말. 조용했던 성주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정부가 연일 사드안전을 홍보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산 정상에서 5도 각도로 전자파를 쏘기 때문에 부대에서 1.5㎞ 떨어진 성주읍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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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지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지난 16일 저녁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후손에게 유해한 

전자파 물려줄 수 없어


성주 거리 곳곳은 ‘내가 태어난 성주! 지키고 싶다. 


사드 결사반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전자파를 물려줄 수 없다’ ‘성주군민 똘똘 뭉쳐 사드배치 막아내자’ 등등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성주제일교회 앞에도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다. 사드 안 돼, 절대 안 돼!’ ‘행정절차 무시한 사드배치 즉각 철회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성주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 86%에 달했다. 


그러기에 지역 주민들은 배신감이 크다고 했다. 


몇몇 목회자들은 사드의 성주 배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강력 촉구했다. 


성주도남교회 성경환 목사는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 직후 성주기독교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자기네 나라 농촌마을에 와서 환영을 받기는커녕 계란에 맞는 수모를 당하고 소금이 뿌려지고 물병이 날아온다”며 “주일이면 우리가 설교하는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보인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장난에 몹시 화가 난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이야기할 수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선한 사마리아 사람들’(눅 10:25∼37)이란 제목의 주일예배 설교에서 “정교분리니, 나랏일에 참견하면 욕먹는 목사가 된다고 참으라 한다. 


가만히 구경만 하거라, 하나님 뜻에 맡기라고 한다”며 “하지만 가만히 구경만 하다 ‘강도 만난’ 성주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예수 믿으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욕을 먹어도 좋고 감옥에 가도 좋고 기름과 포도주를 사용해 돈이 들더라도 강도 만난 성주 사람들과 함께 소리를 질러야 한다. 우리가 안 지르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지난 12일부터 매일 오후 8시 성주군청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성주의 브랜드가 '참외'에서 '사드'로 바뀌게 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집회현장은 격한 말이 오갔다. 모 언론사 취재기자는 폭행까지 당했다. 


성주제일교회 A목사는 "목회자 중에 '나라가 하는 일에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드 성주 배치에 찬성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사드 배치에 강력 반대한다. 


성주군만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현상이다. 


전체적으로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철회하자는 게 대다수 성주 주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A목사는 자신의 교회주보에 "지금 성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미국이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다. 싸움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다. 미국이 포기하지 않는 한…. 사드는 사람의 생명을 죽이는 전쟁무기이며 소음과 전자파 등 인간의 안전과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하나님의 뜻과는 정면 대치되는 일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싸워야 한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글을 올렸다. 


성주기독교연합회(회장 임남식 목사)는 '사드 성주배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 이름으로 반대 플래카드를 거리에 내걸었다. 


연합회 소속 55개 교회에 공문을 내 반대서명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연합회는 다음 달 4일까지 서명을 받아 군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대구동남노회와 성주시찰회도 오는 28일 성주제일교회에서 '사드반대 평화기도회'를 열고 거리 행진에 나선다. 

하지만 성주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연합회 차원에서는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교단이나 교회, 목회자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달랐다. 

성주중앙교회 홍성헌 목사는 "국가방위를 위해서는 어디엔가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서로 자기 지역에 하지 않겠다고 투쟁하고, '남남 갈등'이 일어난다면 북한에 있는 김정은이 박수칠 일"이라고 했다. 



소통부재… 교계 보수·진보 입장 엇갈려 


홍 목사는 다만 정부의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그는 "주민들이 사드배치 결정에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때문"이라며 "아무리 국방정책이라지만 아무런 상의 없이 마을 뒷산에 사드포대를 배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드가 들어설 성산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산포대는 해발 383m 성산 정상에 있다. 


이 교회에서 1㎞가량 가면 부대에 다다른다. 

그는 "정부가 공청회 등 충분한 설득작업을 거쳐 차근차근 진행했어야 했다"며 "뭐가 그리 바쁘다고 졸속같이, 아니면 속임수같이 일을 처리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있으면 충분히 생각하고 그렇게 안전에 자신 있었으면 사전에 설명한 뒤 사드 배치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17일 주일예배에서 '범사에 감사하라 뜻이다'(출 23:14∼16, 살전 5:18)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세간에 '사드참외' 괴담이 나도는데 걱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의 성주참외는 앞으로도 여전히 잘 자랄 것이다. 


오늘은 마침 맥추감사주일이다. 어떤 형편에 있든 하나님께 기도하고 감사하며 의지한다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교인들을 안심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B목사는 "동성애나 이슬람 문제라면 교회 이름으로 나설 수 있겠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국가 전체의 안보에 관한 문제다. 


교인들도 찬반양론으로 팽팽하게 나뉘어 있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교회 분위기를 전했다. 



한기총 "찬성" NCCK "반대" 성명


한편, 교계도 보수와 진보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성명에서 한반도 안정과 국제 평화를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는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데 실효성이 없으며 국제관계의 긴장만을 유발한다는 반대 입장의 성명을 냈다.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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