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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오정모 사모 일사각오’에서 주인공 오정모 사모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김민정 권사. 


오정모(1903∼1947) 사모가 누구인지 설명하려면 그의 남편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남편은 한국교회 대표적 순교자인 주기철(1897∼1944) 목사다. 주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반대하다 수차례 옥고를 치른 목회자로 고인의 신산했던 삶은 TV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 목사에 비해 오 사모의 삶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 사모는 주 목사에게 아내 이상의 존재였다. 


둘도 없는 조력자였고 신앙의 길을 함께 걸은 동역자였다.


지난 5일부터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에서 상연하고 있는 연극 ‘오정모 사모 일사각오’는 오 사모의 생애를 집중 조명한 작품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난 연출가 신동일(59) 장로, 배우 김민정(69) 권사는 “한국교회가 오 사모의 삶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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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연극 ‘오정모 사모 일사각오’의 연출가 신동일 

장로(오른쪽)와 주연 배우 김민정 권사는 “한국교회 부흥에는 오정모 사모 

같은 여성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여성들의 공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에게 이 연극은 미루고 미룬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 


신 장로가 이 작품은 처음 구상한 건 1997년. 


당시 그는 주 목사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황제’ 기획에 참여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이 공연장을 찾아왔다. 


주 목사의 4남 주광조(1932∼2011) 장로였다.


“어머니의 삶과 신앙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하셨어요. 그러면서 오 사모가 얼마나 대단한 신앙인이었는지 설명해주셨는데 충격적이더군요. 오 사모의 삶을 연극으로 재조명하자 결심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죠. 생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웃음).”(신 장로)


김 권사는 ‘황제’에서도, 주 목사의 삶을 그린 연극 ‘진달래 꽃필 때 가신 님’(2006)에서도 오 사모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오 사모만을 다루는 작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출연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어요. 오 사모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자고 생각하며 출연을 결심했어요. 요즘 무대에 설 때마다 고인의 신앙과 헌신을 되새기게 됩니다. 많은 걸 느끼고 있어요.”(김 권사)


연극은 남편을 옥바라지하는 오 사모의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 고인이 얼마나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는지 전한다. 


연극이지만 뮤지컬적인 요소도 많이 가미된 작품이다. 


특히 극 초반에 흘러나오는 찬양은 주 목사의 유명한 설교문 ‘일사각오(一死覺悟)’를 각색한 내용이어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예수를 버리고 사느냐/ 예수를 따라 죽느냐/ 예수를 버리고 사는 길은/ 정말 죽는 길이오/ 예수를 따라 죽는 길은 정말 사는 길이다/…/ 일사각오로 이 민족을 구합시다.’


주 목사의 ‘모습’은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음성’만 간간이 흘러나와 이야기 전개를 거들 뿐이다. 


작품은 철저하게 오 사모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신 장로와 김 권사는 1993년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 연극인’이다.  


이들은 경기도 화성 세계선교교회(최화목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신 장로는 이번 작품 극본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20년 가까이 머릿속으로 구상한 작품이어서 지난달 대관이 확정되자 나흘 만에 극본을 탈고했다”며 “교회를 개척해 세상에 하나님 뜻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정모 사모 일사각오’는 다음 달 28일까지 매주 화∼일요일 관객과 만난다

(문의 010-622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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