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 역행하는 지도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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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리비아인과 아랍계 외국인들이 25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주한 리비아대사관 앞에서 ‘카다피 퇴진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는 하나님이 정하신 모든 권력에 복종하라는 성경의 명령을 위반하는 것이다.”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등 중동 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설교자 존 맥아더(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 목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로마서 13장 1~7절을 근거로 “신약 시대의 로마 황제 시이저를 포함한 어떤 정부체제하에서도 믿는 자들은 하나님이 정하신 권력에 순종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신학자들은 이것을 “지극히 편협한 성경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로마서 13장 6절의 “그들(권세, 정부)이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에서 보듯 정부는 하나님의 일꾼이 될 때 스스로 권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이종윤 목사는 “정부가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때 그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지 하나님의 뜻을 반대하고 대적하는 정부라면 올바른 정부라고 할 수 없다”며 “칼뱅이나 루터 등 종교개혁자들도 ‘하나님의 대리자인 국가 지도자가 잘못된 길을 갈 때는 하나님 편에서 끝까지 항거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정종훈(기독교윤리) 교수도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정부는 무조건 하나님이 보증하신 정권인가”라고 되물었다.
오직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정부만이 복종의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도행전 5장 29절을 인용하며 “아무리 세상 권력을 갖고 있더라도 하나님의 뜻에 배치된다면 언제든 ‘아니오’ 하라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는 성경의 가르침”이라며 “그럴 때 복음이 전해지고 하나님 나라는 멈춤 없이 확장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신대 노영상(기독교윤리) 교수는 출애굽기 1장에서 히브리 산파들이 애굽왕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 아기들을 살렸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노 교수는 “정부의 명령이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었을 경우에는 그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라며 “정부에 대한 순종 여부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주님의 뜻을 통해 평가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폭력 시위나 무장 시위와 관련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시위 도중 경찰에 돌을 던지며 그들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모든 평화적 수단을 동원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없고 폭력과 억압이 극에 이를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 시위를) 열어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로마서 13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신 독재나 군사독재 시절 일부 권력자에 의해 악용된 적이 있다.
1974년 당시 김종필 총리는 한 교계 행사에 참석해 로마서 13장을 인용하며 “정부는 하나님이 인정한 것으로 교회는 정부에 순종해야 한다”고 주장해 교계 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은 “로마서 13장과 함께 불의한 권력을 묘사한 요한계시록 13장도 함께 읽어야 한다”며 “‘모든 권력에 순종하라’는 말씀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말하는 것이지 불의한 권력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또 폭군에 대한 항거를 신앙인의 덕목으로 묘사한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 ‘미친 운전사가 인도 위로 차를 질주한다면 목사의 임무는 희생자를 위로하는 것만 아니라 그 미친 운전사로부터 핸들을 빼앗는 것’이라고 했던 디트리히 본회퍼, ‘독재자에 대한 저항은 살인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는 것’이란 칼 바르트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독재자에 대한 저항은 하나님이 지으신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이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라며 “세계 교회가 리비아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크리스천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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