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다른 신앙을 가졌다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자칫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본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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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쇄테러 사건의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Anders Behring Breivik·32)가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노르웨이에서 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붙잡힌 테러범이 자신을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히면서 ‘근본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일반적으로 근본주의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노르웨이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자신을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히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라고 불리는 근본주의나 힌두교 민족주의 같은 세력이 폭력 과격집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따라 자신의 신앙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평화를 해치는 근본주의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을 정죄할 권리가 인간에게 부여되지 않았다”면서 “다문화, 다종교, 다인종 사회 속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근본주의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반대운동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성서무오설과 예수의 동정녀 탄생, 육체적 부활, 예수의 속죄, 이적 등 5가지 강령을 신조로 내세우며 신앙을 순수하게 지키자는 운동으로 출발했다. 이같은 신앙운동은 폭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문자적 적용에만 메달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대화하지 않고 남들을 정죄하면서 극단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덴버신학교 정성욱 교수는 “근본주의와 복음주의는 신앙의 순수함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분명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복음적 신앙은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근본주의는 사회 현실 문제와 담을 쌓고 도피적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 신앙과 근본주의는 전혀 무관하다고 본다”면서 “노르웨이 테러범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기 보다는 폭력주의자,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의 극우파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에서는 6.25 전쟁 이후 반공이데올리기와 근본주의가 결합해 강한 결집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극단적인 신앙자세에서 많이 탈피해 건강한 보수 신앙을 지키는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가 밝힌 ‘기독교 근본주의’와 한국교회의 ‘복음적 신앙’을 동일시하며 경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불상의 머리를 자르거나 극단적인 선교행태를 보이는 일부 모습은 근본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은 소중히 지키며 전파해야겠지만, 자신과 다른 신앙을 가졌다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자칫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본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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