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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우호 원장

 

한국교회가 말씀에 얼마나 무지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있다.
집집마다 하나씩은 걸려 있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는 액자가 그것이다.
사실 이 구절은 빌닷이 고통 중에 신음하는 욥을 조롱하며 했던 말이다.
이처럼 성경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 한 구절만 따로 떼내 맹신하는 풍토는 강단의 질을 떨어뜨리고 성경 66권 전체에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돼 왔다.
이런 풍토를 개선하고자 노우호(62) 에스라하우스 원장은 1977년부터 성경통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남 산청 외딴 마을에서 33년째 매달 성경통독 강좌를 열고 있는 노 원장을 만나봤다.

-성경통독은 왜 하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성경은 주제별로 되어 있습니다. 이걸 연대기 순으로 재배열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하나님의 심정을 느끼는 겁니다.
왜 사람 말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봐야 정리가 되지 않습니까. 부분적으로 읽다보면 여러 가지 오해가 생깁니다.
각 권별로 유기적 상관관계에 있는 성경을 통독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립니다.”

-많은 교회가 성경통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성경통독이 책을 한번 읽었다는 만족감만 주고 그치는 것은 목회자가 그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성경을 읽기만 하고 해설도 설명도 없는 통독은 시간낭비에 불과해요. 세계사와 문화사, 교회사, 교리사 등 성경 각권에 깔려 있는 배경설명을 듣고 난 뒤 연대기 순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마음을 통전적으로 읽을 수 있어요.”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성경통독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사실 성경통독은 한국적인 게 아닙니다. 신명기 31장 9~11절에 보면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7년마다 성경통독을 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호수아도, 사사시대도, 왕정시대도 이 명령을 지키지 않았어요. 꼭 유일하게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BC 444년인데 느헤미야가 성벽을 완성하고 에스라의 주도 아래 모세오경을 통독한 것입니다. 그리곤 없었습니다.
이후 세월이 흘러 1977년 이스라엘 민족도 아닌 한민족이 신구약 성경 전체를 통독한 것입니다. 계산해보니 2421년 만이더군요.”

-난해한 구절을 해석하고자 서양신학 이론을 담은 주석서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주석서에는 쓸데없는 소리가 너무 많아요. 그 많은 주석서는 언제 탐독하고 성경은 언제 읽을 겁니까.
과잉해석이 오히려 진리에서 점점 멀어지게 합니다. 성경은 결코 비밀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닙니다.
유럽의 신학은 성경을 한없이 어렵게 했기에 유럽교회가 그 신학에 질식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신학이론과 설교, 프로그램, 교권주의, 무지에 의해 막혀가고 있어요.
덕지덕지 붙어 있는 해석을 떨어내고 성경의 사실 파악을 해 가면 아주 단순해집니다. 근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바르게 성경을 해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해석 전 성경 전체를 충분히 읽어야 합니다. 신구약 전체 내용이 파악될 때까지 10~30회는 읽어야 해요.
특히 인본주의적 해석이나 이기적인 해석은 극히 삼가야 합니다. 부분적인 해석도 위험합니다. 한 구절씩 따로 볼 수 있는 성경은 잠언 정도밖에 없어요.
다른 책은 문맥과 문장을 따라 읽고 스토리를 파악해야 합니다. 성경 해석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밝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살아 있고 운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해석이나 비평에 앞서 성경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그럼 목사님은 성경을 몇 번이나 읽으셨습니까.
“성경강좌를 225회째 하고 있으니 그 이상 읽었겠죠.”
노 목사는 누런 고문서 같은 세로쓰기 개역한글판 성경을 하나 내밀었다.
책장을 넘겨보니 구절구절마다 밑줄 친 흔적이 있고 성경통독 과정에서 받은 영감을 빼곡히 적어놓았다.
그는 “성경 표지 가죽을 세 번이나 바꾸었다”고 말했다.

-성경통독을 시작할 때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저는 26세 되던 75년 예수를 믿었어요. 직업은 목수였습니다.
저에게 복음을 전한 분은 ‘목수니까 집을 많이 지어봤지 않냐. 목수가 집을 짓듯 만물을 지으신 분이 분명 존재하지 않겠냐’며 하나님을 소개했어요. ‘그 말 참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교회를 찾아갔는데 부분적인 것만 이야기해주더라는 겁니다.
‘저러다 언제 66권 퍼즐 맞추나’ 하며 그때부터 성경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 학력은 중졸입니다. 순전히 성경을 공부하기 위해 검정고시까지 치렀습니다.
예장 통합 교단 내 노회에서 운영하는 성경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장신대와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했어요.
성경통독은 예수 믿고 2년 만에 참석자들과 같이 성경을 연구하자며 시작했죠.”

-교회 사역은 하지 않으셨나요.
“77년 경남 사천교회를 개척하고 5년간 시무하다가 82년 원지교회를 개척했고 이후 밀양 무안교회를 9년간 섬겼습니다.
지금은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마산 샤론교회를 맡고 있어요. 2005년 개척했는데 성도가 200명 가량 됩니다.
울산 양산 김해 창원 대구 등지에서 성도들이 옵니다. 설교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3장씩 순서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대하(大河)설교입니다. 군더더기나 예화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성경이야기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목회자라면 66권을 통달해야 합니다. 눈 감고도 성경을 훤히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한국교회 대다수는 성경을 읽으려 하지 않고 ‘성경에 관하여(About Bible)’ 쓰여진 책을 읽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머물지 말고 ‘성경 속으로 들어가야(Into the Bible)’ 합니다.
그러다보면 하나님의 심정이 보이고 인격적으로 그분을 만나게 될 겁니다. 영적 양식을 편식하던 습관은 이제 버릴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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