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주간을 맞아 한국교회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획 보도 시리즈를 마련했다.

 

① "한국교회, 제2의 종교개혁 필요하다"

종교개혁 정신에서 벗어나 있는 한국 교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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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5백년 전 종교개혁을 불러온 로마 가톨릭은 성경 말씀을 독점하고 교인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었다.
사제들은 자신들이 교인들과 구별된 성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사제들은 공식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었지만 자녀를 둔 경우가 많았고, 교회 재산을 빼돌려 자녀에게 물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또, 돈으로 성직을 사고 파는 행위가 만연해 있었고, 심지어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혼구원’까지 거래 수단으로 삼는 일이 벌어진다.
종교개혁은 순수한 신앙을 고민하던 사제들의 양심선언에서 시작됐고, 그 정신은 오늘까지 이어지며 교회의 참된 모습을 점검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럼 오늘의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 정신을 잘 따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오늘의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을 불러온 중세 로마 가톨릭의 모습을 너무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원택 백석대 교수(역사신학)는 “중세 로마 가톨릭은 말씀이 왜곡되고 많은 도덕적 타락의 모습을 보였다”면서 “오늘의 한국 교회는 중세 로마 가톨릭과 닮은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불투명한 교회 재정 지출, 목회자의 성윤리 의식 부재, 목회 세습 등 전 영역에 걸쳐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중세 로마 가톨릭이 안고 있던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교개혁 주간을 보내면서, 한국 교회의 상처와 치부를 드러내는 일은 결국 새로운 ‘희망’을 말하기 위해 ‘환부’를 도려내는 아픈 수술이 될 것이다.

 

② "선교초기 한국교회 모습 지금과 달라"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청렴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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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초기, 한국교회는 수준높은 도덕과 윤리 의식으로 당시 사회에서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었다.
당시 그리스도인 수는 1%도 되지 않았지만 부정부패를 일삼던 당시 정부 관리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청렴한 존재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잡지인 ‘신학월보’ 1907년 4월호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다.
1903년 원산 부흥운동 당시 교회를 다니지 않던 윤승근이라는 사람이 부흥회에 참여해 성령을 체험한 뒤 원산에서 자신의 집이 있는 김아까지 3일길을 걸어오면서 과거 기억나는 죄를 통회자복했다고 한다.
그는 10년 전 동전을 만드는 정부 화폐 주전소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한꺼번에 두달치 월급을 받을 일이 기억났다.
당시에는 횡재라 생각해 그냥 써버렸는데 지금 그게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는 이것이 국가의 재정을 횡령한 일이라고 생각해 이자까지 모아 하디 선교사를 통해 정부에 반납했다.
당시 정부 관리는 이 돈을 돌려받으면서 ‘양심전’이라는 제목으로 영수증을 써 줬고 이후 기독교인들은 과거에 횡령했던 것들을 되돌려 주는 양심전 운동을 펼쳤다는 내용이다.
또 1899년 3월 1일자 ‘조선그리스도인회보’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의 정부 관리가 부정을 함부로 저지를 수가 없어 임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기독교인들이 관리들의 부정을 용서하지 않아 정부 관리가 기독교인들을 무서워했다는 얘기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1,200만 명, 그리스도인들의 수는 세례교인 기준으로 만 명 정도. 인구 1,200명 당 1명 꼴이었다.
인구 4명 가운데 1명이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지금, 한국교회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덕주 교수(감신대 교회사)는 이와 관련해 “기독교인들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양심적 행동들이 부패하고 타락한 그때 당시의 정권은 물론이고 일반 사회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면서 “선교초기 1세대 신앙 선배들이 가졌던 순수한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종교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③ 물질에 실족한 한국교회

투명한 재정 운영 · 외부 회계 감사 등 대안 될 수 있어

한국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된 데에는 물질에 약한 모습이 한 원인이기도 하다.
목회자가 돈에 욕심을 내면서 재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기도 하고, 임원을 뽑는 선거에서 금품이 오가는 일도 있었다.
서울 목동에 위치한 제자교회 담임목사는 교회 돈 32억 6천만원 횡령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교인 7,000명 규모의 큰 교회이면서도 2008년부터 결산이 이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재정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왔다.
이 교회 전 재정국장이었던 박종만 장로는 “2008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제자교회 통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규모의 분당중앙교회도 투명하지 못한 재정운용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담임목사 반대측 성도들은 담임목사와 재정위원을 교회 돈 170억에 대한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렇게 물질의 유혹은 금권선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교회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교단 임원선거에서도 돈이 오간다는 소문은 이미 교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또, 교회를 사임하는 목회자에 대한 과도한 전별금이 문제가 돼 교회가 분란을 겪게 된 일도 있었다.
교회의 규모가 목회의 성공 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고 물질적 성공은 하나님의 축복과 연결 되어버린 한국교회의 기복주의 신앙.덩치는 커졌지만 영향력은 없어진 한국교회의 현 주소다.

대안, 재정 투명부터
그렇다면, 교회가 물질의 유혹으로부터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는 세상 도덕적 기준보다 더 높아야할 교회가 그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교기관이란 이유로 ‘관행’과 ‘예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보다 더욱 투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교회 재정운용의 경우, 헌금 수입과 지출 내역을 성도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외부기관에 감사를 맡겨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열린교회는 해마다 교회 재정 감사를 외부 회계법인에 맡기고 있다. 때문에 영수증 없는 지출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일산에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매주 헌금 수입을 주보에 싣고 제직회를 통해 재정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담임목사는 재정 운용의 큰 방향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내역에는 간여하지 않는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담임)는 “목사가 결재는 하지만 일체 만지지 않는다”며 “세무사, 회계사, 경리직 출신들로 재정팀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투명한 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디에 쓰느냐?’이다. 그동안 교회 내부의 물적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만큼 이제는 교회 밖을 위해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목회자 스스로 물질의 유혹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례비나 집, 차량 등의 규모를 정해 기준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규제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임성빈 교수(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릭 워렌은 차, 집 등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기지 않으며 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나님과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④ 권력을 쫓는 교회, 개혁돼야 할 과제

일부 목사들의 그릇된 권력욕, 개혁 가로막는 요소

한국교회 개혁을 가로 막는 요소에는 일부 목사들의 그릇된 권력욕도 한 몫 작용한다. 한기총의 금권선거 사태나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세습 역시 알고 보면 권력을 차지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올해 한국교회를 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금권선거 사태. 이미 권력의 맛을 본 일부 목사들이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힘을 차지하기 위해 교인들의 헌금을 자기 주머닛돈처럼 사용해 금권선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은 돈이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목사들의 권력을 향한 잘못된 욕망이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이원규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는 “교회 지도자들이 솔선해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세상적인 부귀나 명예, 권세를 다 버려야만 한국교회가 영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박원순 후보를 사탄이라 칭해 물의를 빚었던 김홍도 목사. 이렇게 선거 때만 되면 자주 등장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이념 과잉적 발언 역시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기독교정당을 만들고 정치에 뛰어든 목사들 역시 하나님이 주시는 사역을 감당하기보다, 세상이 주는 권력에 맛에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세습은 교회 내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면서까지 그동안 누려온 권력을 내려놓기 싫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세습이 진행됐는데, 최근에는 교회 규모와 관계 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권력에 취한 한국교회. 권력이 주는 달콤한 맛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야 교회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 교계에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권력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교인들이 나서는 것이다. 권력을 쫓는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에 대해 교인들의 생각은 매우 비판적이다.
교회 청년부에 나가고 있는 김영준 씨는 “최근 한국교회가 추구하는 권력화들은 제국주의적인 모습”이라며 “예수님이 굉장히 싫어하는 권력 추구”라고 말했다.
교인의 지적처럼 교회가 세상적인 권력을 지향하는 모습은 성경에서 떠난 즉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로마서 13장 말씀처럼 모든 권력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는데, 한국교회가 언제부턴가 그 자리를 대신하려고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선 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권력이 세속 권력과 결탁하면서 교회가 교만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한국교회의 권력을 향한 욕심을 막는 일에 교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권선거나 기독교정당 창당, 담임목사직 세습 등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평신도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든 권력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지만 그 권력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날 경우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위에 있는 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권력이기 때문에, 정부나 국가의 지도자들 역시 하나님께 권력을 위임 받은 것”이라며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게 되면 항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운영을 목사나 장로에게만 맡겨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도 지양해야 한다. 교회 운영에 공동체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가는 것도 교회 권력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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