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부친 최태민씨가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를 앞세워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부당이득을 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목회자들이 기독교 불교 천도교 사상을 혼합한 영세계(靈世界) 교리를 설파했던 사이비 교주에게 속았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뜻하는 영애를 앞세우고 ‘구국’ ‘선교’ ‘십자군’이라는 단어로 포장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씨는 자신이 총재로 있던 ‘대한구국선교단’이 전국교회를 상대로 발표한 공고문에서 이러한 수법이 그대로 나온다.


최씨는 1975년 5월 발표한 공고문에서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귀 교회와 귀하에게 충만하시길 기원한다”면서 “제2차 사업으로 임진강변(1975년 5월11일 오후 3시) 우리의 조국인 북녘 땅을 바라보면서 구국기도회를 개최하면서 본단(本團)의 명예총재로 박근혜 선생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4차 사업으로 6월25일 주일 오후 12시 30분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강신명 목사님(새문안교회 시무)을 대회장 겸 단장으로 추대하고 복음사업을 전개하오니 적극 협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최씨는 공고문에서 “회신 왕복엽서를 발송하였으니 회신엽서가 미달된 목사님들은 직접 주소, 성명, 본적, 교파명, 교회명을 기입하여 배송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서울 중구 회현동 사무실과 전화번호를 남겨 놨다.


기독교반공운동을 위해 승공(勝共) 정신을 함양한다는 목적으로 75년 4월 발족한 이 단체에는 강신명(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최훈(예장 합동), 박장원(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등 10개 교단 목회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언론에 나온다. 

이 단체는 기독십자군까지 창설했는데 목회자 100여명이 전방 사단에서 특수군사훈련까지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그가 한국교회를 이용한 행적은 75년 8월 14일 대한구국선교단, 대한구국십자군 총사령부, 대한구국선교단여성후원회 주최로 열린 육영수 여사 추모예배서도 드러난다. 


이날 예배에도 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단 전문가였던 고 탁명환 씨는 ‘현대종교’ 1988년 6월호에서 “최씨는 목에다 힘을 주면서 구름 떼처럼 몰려든 목사들에게 돈이 될만한 건수를 물어오면 그것을 해결하고 돈을 받아 선교회 사업에 쓰겠다고 했다”면서 “최씨의 구국선교단 사건은 확실히 암흑기의 권력형 부조리와 야합한 우리 시대의 단막극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의 정체도 미쳐 살펴볼 겨를이 없이 권력의 막강한 배경이 뒤에 있다는 말에 허겁지겁 뛰어들어 온통 기독교계의 물을 흐려놓은 장본인들이 오늘도 일언반구의 회개조차 없이 아직도 건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6년 한국사회를 예견이라도 하는 듯 “한국 보수교단의 거목 김모, 지모, 강모 등은 권력의 등에 업혀 다니면서 불의에 부화뇌동하는 인물들”이라며 “언젠가는 이 사건이 실제로 기독교 역사에 실명으로 기록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호 한국교회연합 바른수호신앙위원회 전문위원은 28일 “최순실씨와 관련된 한국사회의 추악한 사건들은 사이비 종교인과 정치권, 권력의 유착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물”이라며 “한국교회는 물론 교단, 목회자도 대한구국선교단 사례에서 나타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도 “한국구국선교단도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기독교복음침례회’처럼 형식상으론 기독교 용어를 사용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반사회적 종교집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도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권력을 앞세워 이득을 취했고 잘못된 연결고리가 오늘의 사건을 일으켰다”면서 “한국교회는 사이비 종교집단이나 인사들이 사회적 해악을 끼치기 전 그 실체를 밝혀내고 선지자적 자세로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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