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JPG

▲  아나운서 김용신. “복음은 긍정입니다. 청취자에게 밝은 에너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 


CBS 음악FM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93.9㎒/서울·오전 7시∼오전 9시)의 진행자 김용신(44) 아나운서가 전하는 인사말이다. 


요란스럽지 않게 살포시 흔들어 깨우는 듯한 김용신의 목소리가 차분하면서도 싱그럽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 남편과 아이들을 직장과 학교로 보내고 잠깐의 여유를 갖는 주부들. 


많은 사람들이 김용신의 라디오로 하루를 시작한다.


2007년 1월 1일부터 진행을 맡았다. 내년이면 꼬박 10년이다. 한자리를 꾸준하게 지켜온 성실함. 일상에서도 묻어났다. 


인터뷰를 앞두고 A4용지 3장으로 대략의 질문을 예상해 답변을 정리해 왔다. 


“이야기하면서 뭔가 놓칠까 봐요∼”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김용신은 “시금치를 데치고 고등어를 굽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오르는 전셋값, 야근, 입시를 앞둔 자녀 등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이 쌓여 삶이 된다. 청취자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고 말했다. 


라디오의 매력은 청취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그를 통해 형성되는 유대감. 


김용신은 ‘청취자들이 말을 걸어온다’고 표현했다. 


“누구를 만날 때 상대가 불편하면 말을 안 꺼내잖아요. 말을 꺼냈다는 것은 상대에게 신뢰가 있다는 거죠. 이 땅의 어딘가 존재하지만 흩어져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운 일 같아요.”


팝음악프로그램답게 사연 소개의 행간에는 친숙한 올드팝이 흐른다. 전체적으로 연성적인 분위기이지만 시사와 관련돼 삶의 현장에 없으면 들을 수 없는 실제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택배기사님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는다는 기사가 났던 적이 있었어요. 청취자 중에서 택배기사님들이 많거든요. 

그 뉴스를 접했을 때 ‘아! 우리 청취자 택배기사님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이나 비가 올 때 조심하시라고 하는데 이런 뉴스를 보면 청취자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미혼모, 싱글파파, 이혼남, 외국인노동자 등 자신을 솔직하게 공개하기 쉽지 않은 청취자의 사연일 때는 남다른 감동이 있다.


 “과거 사회적 편견이 많았을 때 드러내지 못했던 분들이 사회 곳곳에서 제 몫을 하다가 사연을 보내줄 때 반갑다”며 “라디오를 통해 위로가 됐고 용기를 얻었다는 말을 들을 때는 기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모태신앙인 김용신은 경기도 파주 사랑누리교회(김정태 목사)에 다니고 있다.


이 교회에 출석한 지도 10년이 됐다. 


“라디오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위로하는 장인 것처럼 목사님도 교회는 사회와는 다른 곳이어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파워를 얻으려면 직업, 학력, 돈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교회에서는 그 파워를 드러내지 말라고 하세요. 목사님은 자녀의 교육과 학교, 집 이야기도 가급적 하지 말라고 하세요. 맞는 말 같아요. 사회적인 기준으로 크리스천들이 구별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보통 교회는 장로가 대예배 때 대표기도를 한다. 


출석교인이 350여명인 사랑누리교회는 다르다.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대표기도를 한다. 


그는 라디오부스를 떠나면 청취자들처럼 이 땅에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한 사람이다. 

회사의 직원이자 교회에서는 많은 성도 중 한 명이다.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 


그가 일상에서 바라는 기도제목은 무엇일까. 


“일탈을 꿈꾼다는 사연이 가끔 올라와요. 출근 안 하고 바다에 가고 싶다고. 근데 놀랄 만한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일상을 그리워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일상의 소소함과 따뜻함을 놓치지 않고 싶어요.”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