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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재 서울 강일교회 목사가 17일 새벽 교회 강대상 뒤에서 성도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하고 있다.



“최모 권사님은 남편과 아들의 믿음이 회복돼 주께 나오게 하옵소서. 김모 집사님은 직장에서 믿음으로 윤모씨를 교회로 인도하게 하소서.”


16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 강일교회를 찾아갔다. 

강대상 뒤에서 기도소리가 흘러 나왔다. 


10㎡의 강단은 정규재(52) 강일교회 목사에게 침실이자 기도실이다.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생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정 목사는 92년까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연구원으로 일했다. 


북한선교의 꿈, 평생 전문인 선교사의 비전을 갖고 있던 그는 건국대에서 미생물화학 박사학위와 서울 총회신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목사안수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진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일했다. 


이후 호주 유학생 사역을 하다 2012년 12월 강일교회 위임목사로 청빙됐다.


“담임목사가 돼 성도의 이름을 하루에 한번이라도 부르지 않고 기도해주지 않는다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임 첫날부터 강단에서 전기 매트를 깔고 성도들을 위한 기도에 돌입했습니다. 아내를 생과부로 만든 거죠. 허허.”


정 목사는 365일 강단에서 잠을 자며 전 교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한다. 

송구영신예배 때 제출한 200여장의 기도카드에는 성도 개인의 고민과 소망, 가족사 등이 들어있다. 


2시간 넘게 기도하다보면 전도대상자와 손주의 이름까지 등장한다. 

정 목사의 기도는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이어졌다.


낮에는 초여름 날씨 같았지만 밤 강단의 공기는 차가웠다. 

정 목사는 전기장판과 담요하나를 꺼냈다. 

그는 “중국 옌볜에서 영하 40도의 추위를 이겨내 봤기 때문에 추위는 힘들지 않다”면서 “더위도 견딜 만 하다. 지난여름엔 선풍기 1대로 이겨냈다”고 웃었다.


오전 4시. 스피커에서 울리는 쩌렁쩌렁한 복음성가에 눈을 떴다. 정 목사는 목양실로 올라가 세면을 하고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부활절을 앞두고 21일 금식기도를 했지만 정 목사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새벽기도 후 오전 6시부터 8시까지는 집에서 쉰다. 


오전 9시 다시 출근해 성경 연구를 한다. 


오후엔 성도 가정과 직장을 찾아 심방한다. 저녁식사는 사모와 함께한다. 

그리고 오후 9~10시 강단으로 다시 출근한다


담임목사가 성도를 지키기 위해 야전사령관처럼 영적 최전선에서 무릎을 꿇으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술술 풀려갔다. 


2013년 7월이었다. 


“마곡으로 가라.” 

분명한 음성이었다. 


45년 역사의 교회를 옮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강단기도는 모든 문제를 돌파했다. 1년 만에 마곡지구 984㎡(298평) 교회 부지를 매입하고 연면적 4132㎡(1250평) 지하 3층, 지상 5층의 교회건축을 마

무리했다. 

110억원짜리 공사였지만 안전사고 하나 없었다. 

‘부채 없이 성전을 짓자’는 목표도 기도대로 이뤄졌다. 


암 환자가 치유되고 300명이던 성도가 700명으로 불어났다.


“성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 미안한 게 많아요. 저도 인간인지라 그게 반복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더군요. 이걸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치고 복종시키는 게 강단기도입니다. 기자님을 위해서도 매일 기도할게요.”담임목사가 강단을 지키고 있다는 소문에 성도들은 안정감을 갖고 있다. 


취재 후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찌뿌둥했다.

근데 든든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매일 기도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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