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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택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어떤 사람이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이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온전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법적 징벌이 필요함에도 이것이 미흡하거나 간과된다면 그 당사자는 분노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분노가 해결되지 않고 점점 쌓이면 상대방에게 표출되거나 본인을 해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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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의 희곡 ‘노부인의 방문(사진)’은 한 개인의 분노를 주위 사람들이 풀어주지도, 스스로 풀지도 않음으로써 도시 전체가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품에서 여주인공 노부인 ‘클레어 차하나시안’의 분노는 일순간의 불같은 폭발처럼 터져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살점을 베는 듯한 냉혹한 노여움으로 도시 전체를 서서히 물들이고 마침내 도시 귈렌을 황폐화시킨다.


45년 전, 차하나시안은 자신의 애인 ‘알프레드 일’과 사랑하여 아기까지 갖는다. 그러나 일은 돌연히 차하나시안을 버린다. 


부잣집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일은 친자확인소송에서 증인을 매수하여 위증케 하고, 그녀를 귈렌 시민들의 조롱과 멸시를 받게 하여 도시에서 쫓겨나게 만드는 악행을 저지른다.


그 후 차하나시안은 귈렌 시를 떠나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엄청난 부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의 사후에 유산을 상속받는다. 


그녀는 경제 파탄에 빠진 귈렌 시로 다시 돌아와 시민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미명하에 시민들이 일을 목 졸라 살해하게 만든다. 


평범한 여성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고 점점 파괴되어 가는 모습에서 기괴하고 병폐한 자본주의 사회상을 볼 수 있다.


아쉬운 마음에 의문도 든다. 


무려 4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왜 차하나시안은 분노를 스스로 풀지도, 이웃이 풀어주지도 않았느냐는 것이다. 


만약 뒤렌마트의 작가적 상상력이 그녀의 분노를 작중 인물 중 누군가 수용·공감하여 해소하고, 일에 대한 법적 처벌을 선택했다면 이 글은 물론 상처를 극복한 치유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말미까지도 그 어느 것 하나 암시조차 하지 않는다. 


노부인 차하나시안의 방문은 야곱을 맞으러 간 에서 같은 극적 화해(창 32, 33장)를 이루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재회’로 남는다. 문제해결 가능성이 차단되고 밀폐된 구조로 작품은 결말을 맺는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분노가 적절하게 해결되어 풀리는 쪽인가 아니면 쌓이고 폭발하는 쪽인가? 


다음 질문들에 답이 있다. 


정부의 도덕적 해이는 찾기 힘든 일이 되었는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처럼 부도덕한 기업 행태는 대부분 종적을 감추었는가? 

다수가 합의할 만큼 노동 대가의 공정성을 이루었는가? 


사법부의 낮은 양형 문제에 대한 분노는 어떤가? 


우리 고향 섬마을 고마운 선생님이 마땅한 존경을 받고 있는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한다.  죄를 그냥 넘기지 말라는 말이다. 


누구든지 죄가 있으면 충분한 값을 치르는 사회,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사회, 피해 이상의 보상이 당연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분노가 풀리고 해결된다. 


그러나 이는 절반에 불과하다. 예수님 오시기 전 이스라엘에 주신 하나님 율법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신 19:21)는 받은 만큼 주라는 협소한 의미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눈과 이를 머리와 심장으로 갚지 말라는 제한이다. 


지금은 하나님 최후 심판이 도래하기 전이다. 


예수님께 나와 죄를 회개하고 용서 받는 시대이다. 


죄 값을 치른 자라면 용서해주고 사회적 화합을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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