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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와 대국하고 있는 이세돌 (아래 오른쪽)



인간 세(世), 돌 돌(乭). 바둑돌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부친의 뜻이 담긴 이름이다.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은 기어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돌이?  비범했지.’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이세돌은 19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바둑광 아버지의 영향으로 5남매가 모두 바둑을 배웠는데 이세돌의 실력이 특출했다.


오죽하면 이런 일화가 있다. 15세의 나이로 프로기사가 된 큰형 이상훈이 인터뷰 도중 “제 동생이 저보다 더 잘 둔다”고 말했단다. 


취재진이 놀라 동생이 대체 누구냐고 묻자 “아직 시골집에서 바둑 공부를 하고 있다”고 대답을 했다고. 


당시 이세돌의 나이는 7세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이세돌은 서울로 올라왔다. 

권갑룡 사범 도장에서 바둑을 배우게 됐다. 


그리고 12세가 되던 1995년, 이세돌은 역대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프로선수가 됐다.

스승 권갑룡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세돌은) 너무 천재적인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채울 수 없는 그릇이라, 자칫 그 비범함이 사라질까 가르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어린 이세돌의 서울 생활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프로 입단 이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그는 실어증에 걸렸다. 


기관지 염증도 함께 얻었다. 치료시기를 놓쳐 기관지 신경이 마비되면서 목소리 변성이 왔다.

15세 때는 부친이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지병으로 숨을 거둔 아버지가 이세돌에게 남긴 유언은 “최고의 바둑인이 돼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기계에 맞선 사나이, 강했다.’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 된 33세 이세돌은 아주 특별한 도전을 했다.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전면 대결에 나선 것이다.


대국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월 이세돌은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 프로기사에게 대등하게 도전하는 컴퓨터와 대국하게 돼 영광”이라며 “결과에 관계없이 바둑 역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세기의 대결은 결국 기계의 승리로 끝났다. 

‘1승4패’라는 수치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승리는 네 번의 패배보다 값졌다. 

인공지능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


이세돌은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을 마친 뒤 “굉장히 아쉽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며 입을 뗐다. 마지막 대국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3국이 끝나고도 언급했듯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패배였고, 제 부족함이 드러났다”며 “더 발전하는 이세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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