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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최근 종교에 귀의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며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검찰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서 검사는 2010년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말미에 이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안 전 검사는 지난해 6월 후배 검사들에게 돈 봉투를 나눠준 일 때문에 검찰 특활비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면직 처분을 받고 검찰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세례자 대표로 성도들 앞에서 간증을 했습니다. 


“주요 보직에 배치돼 순탄한 공직생활을 해왔다. 모든 것이 내 노력 덕이라 생각했다. 뜻하지 않게 공직을 그만두게 됐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오게 됐다. 나의 교만을 회개하니 예수님의 사랑이 느껴졌다.” 


각종 SNS에 이 영상이 공유되면서 안 전 검사와 교회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간증에 서 검사 사건에 대한 어떤 언급이나 사과도 없어 위선적이라는 비판입니다. 


교회는 도피처가 아니라는 비아냥도 들립니다.


간증은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각 개인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누구도 쉽게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나의 과거 행동 때문에 괴로워하고 하나님 앞에 잘못을 고했으니 용서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마가복음 1장 15절에서 예수님은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모든 죄를 사하기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고, 부활을 믿는 데서 비로소 죄 사함이 이뤄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전에 완전한 회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안 전 검사는 하나님 앞에 본인의 죄목으로 ‘교만’을 내놨습니다. 


본인이 저지른 죄가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지게 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를 하고,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교만에서 벗어나 회개를 완성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죄를 지었을 경우 하나님 뿐 아니라 피해를 입힌 당사자에게 용서를 함께 구하는 것이 성경의 원리”라며 “교회는 이것이 진정한 회개임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불완전한 회개는 죄를 계속해서 짓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C S 루이스가 그의 저서 ‘고통의 문제’에서 밝힌 것처럼 죄는 확실히 은혜를 더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계속 죄를 짓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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