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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 생거 감독 사단이 우리민족교류협회(민교협) 간부들과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베벌리힐스호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전 당시 피란민 1만4000명을 수송한 ‘메러디스빅토리호’의 영화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왼쪽 네 번째부터 영화제작자 그레고리 마켓씨, 송기학 민교협 이사장, 조너선 생거 감독, 극작가 메리 팅씨.




1950년 12월 23일.


화물선으로 정원이 60명에 불과했던 메러디스빅토리호는 흥남 부두에서 피란민 1만4000여명을 태운다.


한국전쟁에 동원된 민간 상선인 메러디스빅토리호는 장진호 전투로 인한 흥남철수작전의 마지막 배였다.


화물선으로는 작은 배였지만 경남 거제항까지 단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운항했다.
고(故) 레너드 라루 선장은 훗날 이같이 회고했다.


“한국의 검은 바다 위에서 하나님의 손길이 키를 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보았습니다.”


라루 선장은 이후 47년을 수도사로 하나님을 위해 산다.


그는 왜 수도사가 됐느냐는 질문을 받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며 하나님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메러디스빅토리호는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선박으로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 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타고 있었다.


미국 할리우드의 조너선 생거 감독 사단은 메러디스빅토리호 이야기에 주목했다.


‘엘리펀트맨’ ‘바닐라스카이’ 등을 제작한 생거 감독은 “한국전쟁 중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전 세계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베벌리힐스호텔에서 우리민족교류협회 송기학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다.


만남에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그레고리 마켓씨와 극작가 메리 팅씨가 함께했다.
재미교포인 팅씨는 올해 아메리칸픽션어워드 공상과학 부문에서 수상했다.


생거 감독은 “나의 첫 영화인 ‘엘리펀트맨’은 다발성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소병을 가진 남자의 실제 이야기”라며 “메러디스빅토리호 이야기 역시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간 승리를 담은 실화이기에 흥미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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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러디스빅토리호.  <위키피디아>



마켓씨는 메러디스빅토리호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제작은 짧게, 사전 조사는 길게 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제작 방식”이라며 “송 이사장을 통해 생존자 인터뷰와 현지답사 등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배경으로 미국인 주인공을 그리는 영화인 만큼 남·북·미의 정치적 상황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송 이사장은 시종일관 “남·북·미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생거 감독은 “세상에는 영웅도 악당도 없다”면서 “정치는 배제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12월 25일이면 메러디스빅토리호가 거제항에 정박한 지 70주년이 된다.


70년은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간 유대민족이 해방을 위해 기다린 시간이다.


모임 참석자들은 그 전에 영화 제작을 완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남북의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만큼 시의 적절한 영화라고 판단한 것이다.


팅씨는 “미국 초등학교 교사로 20년을 근무했던 나도 메러디스빅토리호 이야기는 모르고 있었다”며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순간 꼭 다음세대에 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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