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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과 결혼 이주여성 간 관계가 나빠질 때 갈등 원인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베트남 출신 아내 폭행 사건에서 남편이 경찰에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듯이요.”


경기도 오산 이주여성지원단체 관계자 A씨는 9일 결혼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현실을 고발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9년간 이 단체에서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글교실과 쉼터 운영, 법률 지원 등을 펼친 목회자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상담사례를 보면 갈등상황에서 이주여성인 아내에게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는 남편들이 적지 않았다”며 “심지어 특정 신체 부위를 트집 잡으며 폭언을 하고 집에서 쫓아내려는 남편도 있었다”고 말했다.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음식을 만든다’며 남편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은 지난 6일 페이스북 등 SNS로 확산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두 살배기 아기가 울부짖는 가운데 발길질을 멈추지 않는 남편의 모습은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8일 남편은 특수상해와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은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 폭력에도 빈번히 노출돼 있다.
A씨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한국인 남편이 모두 그런 건 아니나 일부의 경우 아내의 출신 국가를 무시하며 정서적 폭력을 가한다”며 “냄새가 고약하니 집에서 자국 음식을 절대 하지 말라거나 툭하면 ‘고향에 보내버린다’며 위협을 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결혼 이주여성 대다수는 남편의 말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비자 연장 여부가 남편에게 달렸기 때문”이라며 “남편들의 편향된 인식과 구조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부터 결혼 이주여성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은 “우리보다 약소국에서 왔다며 업신여기는 현 풍토를 바꾸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며 “특히 농어촌에 결혼 이주여성이 많은데 이들 역시 ‘주님 안에 한 지체’란 마음을 품고 지역 교회가 존중하며 섬기는 일을 감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실천할 구체적 방안으로는 부부가 서로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배우자 감사 운동’을 들었다.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최황규 서울중국인교회 목사 역시 ‘존중의 문화’ 조성에 있어 교회 역할을 강조했다.


최 목사는 “현장에서 볼 때 제도 개선만으로는 결혼 이주여성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성숙해야 해결되는 문제”라며 “우리 사회에 이주민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각 교단 신학교에 다문화학을 설치하는 등 한국교회부터 다문화를 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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