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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있는 두 개의 교회. 이들은 같은 교단 소속으로 노회까지 같다. 이 상가 맞은편에 있는 다른 교회도 총회와 노회가 같은 형제교회다.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A교회와 B교회는 같은 교단 소속이다.


심지어 노회까지 같다.


50m 떨어진 상가에 있는 C교회도 마찬가지다.


장로교단의 노회는 행정구역에 따라 분류한 지역회를 의미한다.
전국의 노회가 모여 총회를 구성한다.


감리교의 연회와 비슷한 조직이다.
이들 세 교회는 결국 형제인 셈이다.


삼형제가 한 상가에 각기 다른 커피전문점을 차린 뒤 경쟁하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교단 소속이지만 노회만 다른 교회가 모이는 경우도 있다.


전북 군산에서 목회하는 D목사는 27일 “같은 교단의 무지역노회 소속인 한 교회가 몇 해 전 우리 교회에서 30m 떨어진 건물에 교회를 개척했다”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더니 노회도 다른데 무슨 상관이냐며 큰소리를 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무지역노회는 과거 북한에 노회를 두고 있던 몇몇 장로교단이 북한의 주요 시·도 이름을 따 만든 노회를 말한다.


지역이 없는 노회라는 의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평양노회와 평북노회 등이 대표적이다.


원칙적으로 ○○노회 소속 교회는 ○○지역에만 교회를 개척할 수 있다.
반면 무지역노회 소속 교회들은 전국 어디에나 교회를 세울 수 있다.
전국구 노회다.


같은 교단이지만 소속 노회가 다른 교회가 가까운 곳에 개척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속 교단이 다른 경우에는 교회를 개척할 때 협의할 필요도 없다.


다른 교단 교회와 협의할 의무도 없고 가까이 교회 개척을 했다고 해서 항의할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이웃한 교회들의 소모적인 경쟁을 막기 위해 교단마다 ‘교회 설립 시 거리 규정’을 두고 있다.
‘반경 500m 안에 같은 교단 교회를 설립할 수 없다’는 식이다.


노회나 연회들은 같은 교단 소속 교회들이 가까운 곳에 교회를 개척해 과당경쟁 하는 걸 막기 위해 사전에 조정하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도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교단 관계자들은 교인이 모일 만한 지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칙은 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관계자는 “기감은 개척교회를 세울 때 기존교회와 300m 떨어져 있어야 하고 부득이 그보다 가까워질 때는 지방 실행부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규정을 지키기 위해 허허벌판에 교회를 개척할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어디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은 정해져 있어 비슷한 장소에 모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103회 정기총회 때 ‘500m 거리규정’을 폐기했다.


이미 사문화됐다는 판단에서였다. 교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 반발도 심했다”면서 “아리송한 규정을 둔 채로 불법을 행하기보다 폐기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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