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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중 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제51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관례상 현직 대통령이 빠짐없이 참석해온 기독교의 대표적인 기도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각 탄핵 소추와 탄핵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불참한 것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전례가 없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나라와 민족,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행사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고 이희호 여사 빈소를 찾았다.


다음 날은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연차휴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임명제청에 대한 보고를 받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후보자로 낙점한 뒤 휴식을 취했다.


이에 대해 기독교 대표적인 연합기관 중 하나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교연은 성명에서 “대통령 등 국가지도자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개최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안녕과 국가지도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나라와 위정자를 위해 기도해 온 국가조찬기도회의 비정치적이고 순수한 정신과 목적이 망각되거나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교계는 문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불참에 대해 ‘기독교 패싱’ ‘물 먹이기’라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통령이 불참해 주인 없는 가정을 심방하는 모양새가 됐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빈자리를 지켜 은혜롭게 마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교계의 이런 반응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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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교단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교단장들은 ‘국가인권기본계획(NAP)의 차별금지 조항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경청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단장은 “문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면서 “교단장들도 다른 얘기를 하다가 이 부분을 놓쳐 아쉽다”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불참한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과 대통령의 휴가 등이 불참 이유로 알려졌을 뿐이다.




국가조찬기도회는 1948년 5월 제헌국회 임시의장을 맡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윤영 의원 등 모든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라를 위해 기도한 것이 시초다.


한국교회의 특별한 애국애족 정신의 기초 위에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청와대 게시판에 ‘문 대통령님… 국가조찬기도회 가지 마십시오’라는 청원이 여러 번 올라왔다.


진보 인터넷 신문에는 ‘국가조찬기도회가 권력과 야합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은 이해가 된다.


최근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편향된 행동을 하는 일부 성직자의 행태는 엄중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한국교회 전체를 소위 청산해야 할 ‘적폐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포용사회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비판이나 반대 목소리 안에 국민의 뜻도 있음을 알아 고칠 것이 있는지 살펴야한다.


성직자뿐 아니라 누구나 진보 또는 보수를 지향하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존중돼야 마땅하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기독교의 위세를 세상에 과시하거나 정치에 개입해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나 진보 기독교인들의 편향되고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그런 비판의 목소리까지도 품어야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든 안 하든 국가조찬기도회는 지속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발전하길 바란다.


교인들은 여야, 보수와 진보, 모든 종파가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자유민주사회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복음 평화통일이 속히 오길 기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게 해 달라고 간구해야 한다.


성경에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태복음 6:33)고 말씀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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