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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봇대나 담벼락 등에 붙어 있는 신천지를 포함한 이단·사이비 위장단체의 전단들 모습. 대부분 교계 유명 단체나 강의 등의 이름을 교묘히 바꿔 정체를 숨긴다. <독자 제공>



창립 35주년 12지파 통합수료식에 1만2000명 수료생 동원 위해

청년들에게 전도 할당량 부과



#1. 대학생 A씨(22)는 최근 친구에게 ‘강의 아르바이트에 함께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서울 모처의 한 상가에 간 A씨는 인문학 강의를 30분간 듣고 설문지에 강의평가를 했다. 

며칠 뒤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자 학원 측은 성경공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 B목사는 심방 도중 몇몇 성도들이 성경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도들은 “어려운 성경을 쉽게 알게 해준다는 강의가 있어 등록했다”며 전단을 보여줬다. 

전단에는 주최 측도 적혀 있지 않았다. 

B목사는 막연히 신천지라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결의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포교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인문학 강의 등의 형태로 비신앙인까지 유혹한다. 


특히 올해는 신천지 창립 35주년이라며 청년들에게 전도 할당량 등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신천지는 대면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교리를 세뇌하는 복음방에 기독교인을 등록시키는 수법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간당 9000원에서 1만2000원 등 높은 시급을 미끼로 ‘강의 청취 알바’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단을 배포하고 있다.


지난달 충북 청주의 신천지 복음방에서 빠져나온 주부 C씨(37·여)는 3일 “신천지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면서 “어렵지 않게 용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같지만 한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기독교인에게 친숙한 책이나 강의를 내세워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전 시내에 붙은 전단에는 ‘와! 진짜 성경이 읽어지네!!’라는 문구와 하루 1시간 성경공부 모임이라는 안내가 실려 있었다. 


최근 교회나 단체에서 성경공부 교재로 많이 활용하는 생터성경사역원의 ‘어? 성경이 읽어지네!’를 흉내 낸 것이다.


김강현 생터성경사역원 총괄본부장은 “성도들이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사 명칭을 사용하는 이단들에 대응할 방안을 찾고 있다”며 “성도들도 패러디나 유사 명칭 사용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의 한 목회자는 “신천지 전도팀 홍보문구를 보면 ‘교회에 다니면 천국 가느냐’ ‘천국은 어떻게 갈 수 있느냐’는 내용이 많다”며 “이렇게 신천지 교리와 직결된 질문을 통해 신천지로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천지가 이렇게 포교 전략을 다변화하는 이유는 대규모 내부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교주 이씨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12지파에서 세뇌를 끝낸 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으는 ‘12지파 통합 수료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료식에 참여할 1만2000명을 모으기 위해 최근 청년부 등에 15일까지 복음방에 등록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6개월 동안 운영되는 신천지 내부 교육을 마치고 수료식에 참석하려면 늦어도 5월 안에 1만2000명을 채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경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장은 “일반인들은 성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신천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 소모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성경공부 모임의 문턱을 낮춰서 비신앙인도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방식의 성경공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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